미국이 관세 부과와 더불어 주요 대미흑자국을 대상으로 환율조정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 역시 타깃으로 꼽혀, 수출 악영향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최근 펴낸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환율정책 분석 및 대응 방향’ 보고서는, 미국이 “조만간 관세 및 방위비를 지렛대 삼아 글로벌 환율조정 전략으로 이행할 가능성이 있다”며, “관세 인상은 환율조정의 추진을 위한 1단계 전략이거나 글로벌 환율조정과의 협공을 위한 사전 포석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직후 대외불균형 시정 및 미국 제조업 부활이라는 정책목표를 위해 큰 폭의 관세 인상을 시행중이다. 하지만 미국채금리 상승 등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도 관세 인상에 따른 부작용과 중국의 강한 반발 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무역상대국의 환율을 인위적으로 낮춰 무역수지를 조정하고자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환율조정 전략으로 이행할 경우 대미무역 흑자국에 대한 개별 환율절상 압력을 우선 시도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은 큰 폭의 대미 무역흑자, 원화약세 흐름, 방위지원 부담 등의 부담이 있기 때문에 미국이 원화절상을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아울러 “경우에 따라서는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큰 대만이나 일본 등 아시아 흑자국과 동반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예상된다”고 했다. 

환율절상 압력을 실현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환율조작국 선정 기준을 변경해, 현재 환율관찰대상국인 우리나라에 대해 무역 및 통상압력을 전방위적으로 가하는 방안도 우려된다. 

보고서는 미국이 관세 인상, 방위비 분담 및 환율조정 압력 전략을 한 데 묶어 나라별로 미국에 가장 유리한 협상을 이끌어 내고자 하는 패키지 협상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를 역이용해 부분적 양보와 전략적 반격을 조합해 협상의 주도권을 가져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미국의 정책추진과 국가간 갈등이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일희일비하기보다 주요국 대응이나 시장 상황을 보아가며 긴 호흡으로 차분하고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로, 미국과의 관세협상은 산업별 및 부문별 세부 대응전략이 필요하며, 관세 인상에 따른 국제 통상환경의 불확실성과 글로벌 공급망 불안을 우리 핵심전략산업 육성 등 체질 개선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글로벌 원자재 공급망 관련 시장다변화를 모색하고, 우리 기업의 국내환류를 촉진해 내수 활성화를 도모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셋째, 원화환율이 수출경쟁국 통화에 비해 절상 크기와 속도 면에서 과도하지 않도록 유의하면서 외환시장 안정화와 환율변동성 완화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보고서는 “글로벌 미 달러화 약세 흐름에 따른 어느 정도의 원화환율 하락은 거시경제 운영에 큰 부담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나, 경쟁국 대비 과도한 환율하락은 수출경쟁력 유지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짚었다. 

또, 필요 시 시장안정화 조치를 통해 단기 환율변동성 확대를 차단하되, 원화환율 하락을 국내금리 인하 여력의 확보 기회로 활용해 거시경제 안정을 도모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넷째, 미국과 환율관련 협의를 할 때는 최근 국내 정치불안 등에 기인한 원화환율 상승 압력 억제를 위해 당국이 외환시장안정화 조치를 취해 왔음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최근 원화환율이 개인투자자(서학개미)나 국민연금과 같은 민간의 해외증권투자 증가 등으로 지속적인 상승 압력을 받고 있어 당국의 인위적 환율하락 조정이 쉽지 않을 수 있음을 미국에 적극 설명할 필요도 있다. 

다섯째, ‘마라라고’ 환율협정이라고 불리는 트럼프 정부의 구상이 시행될 경우 글로벌 미 달러화 약세 기조와 주요국 환율 동조화로 원화의 강세 압력이 나타날 수 있어 우리나라만의 독자적 대응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아세안과 한·중·일 협력 등을 통한 공동대응 방안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준비자산중 일부를 초장기국채로 전환할 것을 요구한다면 우리나라의 소득수지가 악화되고, 특히 미 연준의 대응에 따라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감소로 연결될 수 있어, 외화유동성 관리에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는 시기다. 

보고서는 “미국의 관세 및 환율정책 추진에 따른 국제금융질서의 재편과정에서 과거 프라자 합의 이후 초래된 일본 엔화의 큰 폭 강세가 잃어버린 30년의 시발점이 됐던 교훈에 항상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