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관세 정책이 단기적으로 한국의 제조업과 수출에 타격을 줄 수 있지만,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와 공급망 재편에서는 전략적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박성근 산업연구원 산업구조정책효과분석실장은 21일 서울연구원이 개최한 정책포럼 ‘트럼프 2기 이후 세계정세 변화와 서울의 대응전략’ 정책포럼에서 ‘트럼프 관세,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한국은 수출과 산업, 그리고 지역경제 전반에 걸쳐 다층적인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효과적인 전략을 통해 첨단산업과 공급망 재편 분야에서는 전략적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 수출이 증가하고 있지만=트럼프 행정부는 무역적자를 초래하는 상대국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며,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하는 국가들에 대해 고율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한국에도 25%의 추가 관세가 적용되면서, 통상환경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는 2015년 258억 달러 수준에서 2020년 166억 달러로 감소했다가, 2022년 280억 달러, 2024년에는 560억 달러까지 급증하며 대미 수출의존도가 눈에 띄게 확대됐다. 2020년 이후 자동차와 같은 소비재뿐만 아니라 반도체, 석유제품, 기계류 등 중간재 및 자본재의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미국 제조업은 한국산 제품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산업연구원의 생산탄력성 분석에 따르면, 미국에서 생산이 1% 증가할 때 한국의 중간재 수출은 2016년 기준 1.21배에서 2024년에는 1.28배로 상승했다. IT 중간재는 0.38배에서 0.58배로, 자본재는 1.05배에서 1.10배로 증가해 수출 반응성이 더욱 민감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수출구조 변화 배경으로는, 미국의 대중 제재로 인해 중국산 수입이 줄어들고 그 수요가 한국으로 이동한 점, 그리고 한국 기업들의 미국 현지 생산 확대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대중 수입추이를 보면, 2015년 약 5040억 달러에서 2024년 4626억 달러로 줄었다. 또 현대차, 삼성전자, SK 등은 미국 내 생산시설을 확대하고 있으며, 이들 공장에 공급되는 중간재의 60% 이상은 국내에서 조달되고 있다.

◇품목별로 파급 다를 것으로 예상=한편,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관세 정책은 전 세계적으로 무역환경 불확실성을 고조시키고 있으며, 세계 경제 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3%에서 2.8%로 하향 조정했으며, 한국의 성장률 전망 역시 2.0%에서 1.0%로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이는 한국 경제가 미국 중심의 통상구조에 구조적으로 취약하다는 점을 반영한다.

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편관세 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한국의 대미 제조업 수출은 9.3%에서 최대 13.1% 감소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우리 경제 전체적으로 7조9000억~10조6000억원의 부가가치 감소가 예상되며, 이 중 서비스업 부분도 2조~2조8000억원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산업별로는 품목에 따라 영향이 상이하다. 반도체는 미국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규제강화 기조 속에서 한국산 제품이 기술경쟁력을 무기로 오히려 기회를 확보할 수 있는 분야로 분석된다. 반면 자동차와 배터리 분야는 미국 내 생산비중이 높아 보호무역 조치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철강 역시 이미 규제를 받고 있으며, 원산지 규정이나 반덤핑 조치 등 비관세 장벽이 강화될 경우 추가 타격이 예상된다.

조선업은 예외적으로 미국과 전략적 협력이 가능한 산업으로 평가된다. 미국 정부가 조선을 전략산업으로 지정한 만큼, 한미 간 중장기 협상에서 유리한 카드가 될 수 있다. 의약품 분야는 미국의 중국산 원료 의존도가 높고, 가격이 민감한 특성상 관세 부과 가능성이 낮은 품목으로 분류됐다.

서울연구원은 21일 ‘트럼프 2기 이후 세계정세 변화와 서울의 대응전략’ 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품목별 대응전략 및 정책 마련을=박 실장은 이처럼 산업별 영향을 고려해, 단기적으로는 관세 협상전략을 세분화하고 정밀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자동차와 배터리처럼 내수 대체가 쉬운 품목은 협상에 불리한 만큼, 시장 다변화와 리스크 분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면 반도체·조선·방산 등에서는 미국과의 공급망 협력체계 구축을 통해 공동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장기적으로는 미국의 통상정책이 관세뿐만 아니라 통화 정책, 기술 규제, 안보 이슈 등으로 다변화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거시경제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강화하고 산업전략을 유연하게 재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 실장은 “미국 제조 생태계의 공백을 고려해 한국은 첨단기술, 혁신부품 등에서 전략적 밸류체인을 구축해야 한다”며, “한미 산업 협력전략의 정교화를 통해 한국의 대외 의존도를 완화하고 수출 품목을 다변화하는 접근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자동차, 반도체, 배터리 등 산업의 리스크를 고려해 현지 생산 및 기술 협력을 강화하고, 조선과 방산처럼 미국 수요가 높은 분야는 핵심기술 인력 및 산업 생태계에 대한 선제적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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