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물을 재배할 때, 일부 토양에 비료가 덜 뿌려졌다거나 관수 등의 이슈로 인해 같은 토양이라 하더라도 특정 부분은 수확이 잘 안될 때가 있거든요. 우리는 이런 점을 개선하기 위해 농업에 필요한 각종 지표를 분석해 재배 현황과 예상 수확량을 예측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난 16일부터 3일간 서울시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농식품 테크 스타트업 창업 박람회에서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새팜(SaeFarm) 이상진 CTO가 인공위성 AI 분석 기반 작물 재배 기술을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최근 기상 조건과 재배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농업 방식에도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몇십년간 한 장소에서 농사를 지어온 현장의 경험은 존중하면서, AI를 비롯한 최신 기술을 접목하는 방식은 미래 변화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가능하게 한다. 

이에 중기이코노미가 농업 혁신에 앞장서고 있는 농식품 분야의 유망 스타트업을 만나 미래 농업이 가져갈 최신 기술을 들여다봤다. 

새팜은 인공위성 기반의 AI 분석 기술로 ‘새로운 농사’의 시작을 끌어가겠다는 뜻으로 회사명도 새팜이라 지었다고 한다. 그만큼 이전에는 없던 기술로 작물 분류부터 농사 관리까지 자동화를 통해 농부들의 수고를 덜어주고 있다. 

이 회사의 최고 기술관리자이면서 AI 팀장을 맡고 있는 이상진 CTO는 “인공위성을 기반으로 다양한 AI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며, “일례로, 엽록소, 질소, 수분, 엽면적지수 등 농업에 필수적인 지표를 분석해 해당 작물이 뭔지, 상태는 어떤지, 예상 수확량이 어떻게 되는지 등 농민에게 필요한 사항을 AI 모델을 돌려서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새팜의 부스에는 농가의 상태를 보여주는 모니터링 장비가 설치돼 있었는데, 모니터에는 ▲농가 상태 ▲위성 원본 ▲토양 질소량 ▲식생 활력도 ▲식물질소량 ▲엽록소 함량 ▲종자 성장량 ▲예측 수확량 등이 표시돼 있었다.

예를 들어, 각 토지의 필지당 76번, 87번, 90번 이런 식으로 번호가 붙어 있었는데 이는 해당 작황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점수화한 것이다. 또한, 필지에서 검은색으로 표기된 부분은 지표가 안 좋은 상태를 알려주는 것이고, 초록색 구간은 특정 점수 이상인 곳을 뜻한다. 

이 CTO는 “대체로 농민들은 비료 등을 뿌릴 때 토지를 한 바퀴 돌아서 가는 식이기 때문에 어떤 곳의 작물에 비료가 덜 뿌려졌고, 작물 상태가 어떤지 바로 알기 어렵다”며, “이럴 때 모니터링을 통하면 경작지 상태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모니터링 결과를 카카오톡을 통해 농민에게 보내주고, 농민은 클릭만 하면 자기 필지 상태를 쉽게 알 수 있어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하다”며, “얼마 전에 연천군에 다녀왔는데, 일주일에 한 번은 들어가서 본다는 농민들이 있을 정도로 사용법이 간단하다”고 했다.

현재 도곡농협을 시작으로 경북 의성군 의성마늘단지, 태백시의 배추단지 등과 계약을 맺고 모니터링 시스템을 보급하고 있는데, 새팜에 따르면, 농사 관리 최적화뿐만 아니라 병충해 등 이상 탐지를 빠르게 감지할 수 있어 재배량 및 품질이 18% 이상 향상됐다. 

한국형 스마트팜 기술의 세계화를 목표로 AI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는 퍼밋(FIRMMIT)은 에너지 절감형 스마트 수직농장 기술을 들고나왔다.

이 회사의 관계자는 “현재 국내 특허 출원 중인 수랭식 LED & 신소재 제습기를 적용해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고, 이동식 LED로 광 이용률과 작업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실제로, 퍼밋이 설치한 대형 수직농장의 LED에 손을 갖다 대자 시원하고 차가운 느낌이 기자의 손에 전해져왔다. 보통 몇시간 이상 지속적으로 켜진 LED는 뜨거운 온도로 인해 사람이 직접적으로 만질 수 없지만, 이 수랭식 LED는 공간의 열 자체를 차단하기 때문에 작물이 원하는 온도와 습도로 맞춰줘 시원한 것이다. 따라서 열로 인한 작물 피해가 없어 생육 장애가 일어나지 않아 생산성 증대에 도움을 준다. 

특히, 대다수의 작물은 5~30℃ 사이에서 자라고, 딸기는 15~25℃ 사이에서 잘 자란다. 하지만, 여름 같은 경우 하우스 내부는 40~50℃ 이상으로 온도가 급상승하기 때문에 작물 재배가 어렵지만, 수랭식 LED 기술을 통하면 딸기 재배도 쉽게 할 수 있다.

현재 경기도 이천시에 위치한 340평(1124㎡) 규모의 물류센터에서 1년간 테스트를 거쳐 7월에 딸기농장을 완공한 퍼밋은 자체적으로 농장을 운영할 계획이다. 

또한, 종자보급부터 재배 시설, 재배 방법, 유통 등을 담은 솔루션을 우즈베키스탄, 몽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에 수출할 예정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여전히 계란 품질 검사와 평가는 사람의 경험에 의존하고 있어 정확성 면에서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끊임없이 지적되고 있었다. 이에 계란 AI 검사 시스템을 개발한 회사가 있다.

한밭아이오티(hanbatiot) 정진해 대표는 “대부분의 농가에 계란 품질검사기가 설치돼 있지만, 허가제이다 보니 유통되고 있는 계란의 약 70%는 실질적으로 검사가 안 된 경우”라고 지적했다. 이어, “허가제이다 보니, 장비만 들여놓으면 허가가 떨어지는 식인데, 실제 농가에 쓰이는 장비를 보면 검사 성능이 좋지 않은 경우가 꽤 있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농가에 들어와 있는 검사 장비는 국산 제품과 일본 제품인데, 국내 제품은 허가제 기준에만 맞추다 보니 평가조차 어려운 장비들이 많고, 일본 장비들은 95%의 성능을 자랑한다고 광고하지만, 실제로 판정 결과치를 보면 85% 수준이라고 한다. 

검사 방법 또한, 계란을 두드려서 음파를 측정하거나, 깨진 정도를 판정한다. 혹은 빛을 쏴서 그 빛의 투과량을 검사해 계란 내부에 피가 들어갔다든지, 상했다든지 등을 검사했기 때문에 정확도가 떨어진다. 

한밭아이오티의 검사 장비는 비전 AI 기술을 통해 95% 수준의 검사 성능을 보인다고 한다. 카메라가 촬영한 것을 AI가 판별하는 방식인데, 이전에 사용됐던 두드리고, 빛을 활용해 검사하는 두 가지 방식 모두를 한 번에 사용하는 기법이다.

또한, A~D 등급에 이르는 계란의 품질도 검사를 통해 판정해 주는데, 기술적으로 난이도가 있어서 국내에서는 출하되는 계란의 약 7%만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등급 판정을 받은 계란은 대기업 제품이라고 한다.

정진해 대표는 “서구권 등 다른 해외 상황을 보더라도 계란 품질을 검사하는 기술은 있지만, 평가하는 기술은 없다”며, “계란 품질 평가를 자동화하는 기술을 2024년도에 개발했는데, 이는 세계적으로 유일한 기술력”이라고 뿌듯해했다. 

소규모 농업인은 정성 들여 수확한 농작물을 다양한 유통망에 내다 팔고 싶어도 유통구조를 찾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에 수확한 고품질의 농작물을 구매해 유통채널별로 패킹 작업부터 납품, 판매까지 진행하는 곳이 있다. 

미스터아빠(mr.아빠) 남두곤 총괄본부장은 “농수산물 종합 도매시장은 시세 자체가 들쭉날쭉하기도 하고, 그곳까지 이동하는 데 물류비가 더 들 때도 있다. 이에 온라인으로 팔고 싶어도 SNS를 자식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다 보니 한계를 느끼는 농가가 많다”며, “우리는 지자체가 연결해 준 소규모 농가의 농작물을 직접 구매한다. 특히, 지역마다 총 12군데의 거점센터가 있기 때문에 물류 이동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구매한 농작물의 대금 지급은 다음날 바로 입금해 주고, 마트, 편의점, 식자재 플랫폼 등에 따라 구분해 포장하고, 납품하므로 소농인에게는 경제적 지원과 더불어 판로 개척의 기회를, 소비자에게는 좋은 퀄리티의 농작물을 더욱 저렴하게 구입할 기회를 제공한다.

AI 기반의 농식품 테크 로드맵을 지향하는 미스터아빠는 날씨 수요예측을 통해 날씨에 맞게 생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도 한다. 예를 들면, ‘비가 많이 오니 대파 수확을 빨리하라’는 식이다. 현재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이마트24, 백화점, 아워키즈 등과 협업해 납품하고 있다. 또, 야채 등 시들기 쉬운 품목은 삶고, 데쳐서 급랭 후 쿠팡 등 온라인을 통해 판매하고 있는데, 농민들에게 전화가 너무 많이 와서 업무가 힘들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고 한다.

소비하고 남는 못난이 상품도 알뜰하게 활용한다. 현재 거제도에서 미스터아빠 카페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는데, 이곳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의 카페에도 저렴하면서도 맛있지만, 상품성은 떨어지는 못난이 식자재를 공급 중이다. 

지역의 소상공인과 손을 잡고 트럭으로 이동식 편의점 운영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소상공인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주고, 인구소멸 지역 거주민에게는 좋은 물건을 쉽게 구입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남두곤 본부장은 “인구소멸 지역은 대부분 고령화로 인해 쇼핑조차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는 이들을 가리켜 쇼핑 약자라고 부른다”며, “그곳에서 장사를 하는 소상공인과 손을 잡고, 로컬 지킴이라 명명한 후, 일주일에 1~2회 다닌다. 특히 어르신들이 제사나 특별한 날을 앞두고 손쉽게 배달 요청도 할 수 있어 반응이 좋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e-커머스에서 자사몰을 운영하는 사업주에게 소비자의 구매 이력과 상품 검색은 중요한 정보다. 이를 기반으로 소비자에게 상품을 추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해당 소비자의 입맛과 100% 매칭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이에 팜킷(Farmkit)은 푸드 e-커머스를 위한 AI 개인화 마테크 솔루션을 내놨다. 

이 회사의 사업개발팀 홍혜영 팀장은 “좀 더 정교하게 상품 추천을 해주기 위해 고객에게 간단한 취향 설문조사를 한 후, 이를 기반으로 제품을 추천해 주는 푸드 전용 AI 솔루션”이라고 소개했다.   

일레로, 다이어트 도시락을 구매하는 소비자의 경우 영양뿐만 아니라 신체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도 고려하기 때문에, 건강 상태, 영양 관련 부분을 체크한 후, 약 20개의 취향 분석 설문조사에 들어간다. 특히, 정확한 선호도 조사를 위해 ‘좋아요’ 항목을 기반으로 짜고 있다. 예를 들면, 짬뽕보다는 자장면이 더 좋다는 식이다. 그러면 ‘이 소비자는 매운맛보다는 달달하고 짠맛을 더 좋아하는구나’라고 해석이 되는 것이다. 

현재 건강기능식, 건강도시락, 샐러드 등 헬시플레저를 콘셉트로 하는 푸드몰에서 많이 찾는데, 상품을 클릭하는 빈도는 2배, 장바구니 객단가는 20% 이상 올랐다고 한다. 즉, 기존에는 A 제품만 구매하던 소비자가 A 제품과 조합해 추천으로 뜬 B 제품까지 묶어 구매하는 크로스 셀링 효과까지 일어나는 것이다.

홍혜영 팀장은 “관심을 두고 우리에게 상담을 요청하는 사업주들이 많다. 이에 무료로 2주간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그동안 쌓인 고객데이터와 구매 전환율을 대시보드로 제공해 결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대부분 구매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며, “그만큼 소비자의 구매율과 재구매율 등 반응이 좋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