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는 25일 ‘삼성 불법합병 사건 판결의 의의와 후속 과제’를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다. <사진=참여연대>

지난 17일 대법원 3부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업무상 배임, 외부감사법 위반 등 19개 혐의에 대해 무죄를 확정한 판결의 의의와 향후 과제를 짚기 위한 좌담회가 열렸다. 경제개혁연대,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민주언론시민연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참여연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 7개 시민사회단체는 25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삼성 불법합병 사건 판결의 의의와 후속 과제’를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다.

첫 발표에 나선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이재용 회장의 낮은 지분율과 불안정한 지배구조를 강화하기 위한 승계 작업”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삼성 미래전략실이 주도한 ‘프로젝트-G’를 통해 제일모직 가치를 부풀리고 삼성물산 가치를 낮추는 방식으로 합병을 기획했다며 허위공시, 주가조작, 분식회계, 국정농단을 통한 국민연금 동원 등 일련의 불법 행위가 동원됐다고 비판했다.

김 처장은 “이 회장이 최소 3조1000억~최대 4조1000억원의 부당이득을 얻은 반면, 국민연금은 2164억원의 손실을 입었고, 정부는 ISDS 소송에서 메이슨에 946억원을 배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공동불법행위자에 대한 구상권 행사, 국민연금의 주주대표소송 지원, 제도 개선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종화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은 수사와 재판이 지나치게 지연된 점을 지적하고, “대법원이 국정농단 사건의 전원합의체 판결과 배치되는 판단을 내렸다”며 판결의 부당성을 꼬집었다. “합병 목적의 부당성과 합병비율의 불공정성, 뇌물 공여와의 연관성, 로직스 분식회계 등 여러 쟁점을 무시한 판결은 상식과 정의관념에 반한다”는 것이다.

김종보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사실상 ‘후계자 지배력 강화’라는 실질적 목적이 있더라도 명분만 맞추면 합법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현대차, 한화, CJ, 하림, 사조 등 다른 재벌그룹에도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대다수 언론은 이 회장의 입장만을 강조하거나 사면론, 억울함을 부각하는 방식으로 삼성의 입장을 대변했다”며, “언론이 삼성이라는 최대 광고주에 종속돼 카르텔화돼 있다”고 비판했다.

전성인 전 홍익대 교수는 “형사재판에서 무죄가 났다고 끝난 게 아니다”라며, 로직스 분식회계를 인정한 행정소송 판결을 근거로 국민연금의 손해배상 청구 등 민사적 대응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좌담회 참석자들은 “이번 대법원 판결은 다른 재벌에도 불법 승계를 용인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며, ▲정부의 ISDS 구상권 행사 ▲국민연금의 손해배상 소송 적극 지원 ▲삼성생명 관련 특혜 제도 철폐 등을 촉구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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