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두산의 자회사인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가 각각 100% 지분을 보유한 ‘해외법인’ 2곳이 금융회사인 두산캐피탈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우 지주회사가 금융계열사를 지배할 수 없도록 하는 금산분리 원칙에 위배되지만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다. 공정거래법은 행위제한 규정을 ‘국내회사’로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는 또 다른 지주회사가 해외 계열사를 통해 금융사를 지배해도 제재할 근거가 없는 셈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최근 보도자료를 내고 “공정거래위원회에 공문을 보내, 두산그룹의 두산캐피탈 등 편법적 금융계열사 보유와 관련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제재 및 제도개선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문제가 되는 것은 지주회사 등이 금융계열사를 지배할 수 없도록 한 공정거래법의 행위제한 규정을 두산그룹 계열사들이 교묘하게 피했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두산캐피탈(이하 캐피탈)의 2013년 6월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아메리카와 두산인프라코어아메리카가 각각 22.7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해외법인들은 보고서상 계열사로 분류돼 있다. 

 



두산캐피탈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주식소유 현황(기준일 2013년 6월30일, 단위:천주, %)

<자료=두산캐피탈 2013년 상반기 반기보고서>   ©중기이코노미

그러나 반기 초에는 두산중공업(이하 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이하 인프라코어)가 각각 14.2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반기 중에 중공업과 인프라코어의 지분관계가 해소되는 대신 해외법인 2개사가 새로 등장한 것이다. 이와 별도로 (주)두산은 0.43%의 지분을 보유했다 기말에는 지분관계를 청산했다. 

두산캐피탈 주요 지분관계 변동 현황(2013년 상반기)

<자료=두산캐피탈 2013년 상반기 반기보고서>   ©중기이코노미

경제개혁연대는 “이들 해외법인은 중공업과 인프라코어가 각각 100%를 직간접으로 보유하고 있다”며 “중공업과 인프라코어는 2013년 5월28일 이들 해외법인에 각 400만주의 캐피탈 보통주를 현물출자방식으로 넘겼다”고 밝혔다. 캐피탈은 이와 별도로 2013년 6월 총 875만주의 우선주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이들 해외법인이 각각 절반씩 인수하게 됐다.   

두산그룹은 2009년 지주사로 전환함에 따라 공정거래법상 행위제한 규정을 적용받게 됐다. 일반지주회사 규정상 금지된 금융계열사인 캐피탈의 지분관계를 유예기간인 2010년 12월말까지 해소해야 했다. 2010년 11월 두산그룹은 공정위에 지분관계 해소에 대한 유예기간 연장을 요청했고, 공정위는 같은 해 12월 연장을 결정해 유예기간은 2012년 12월말로 연장됐다.

그런데 2013년 상반기에 앞서 언급한 지분관계의 변동이 발생한 것이다. 공정위는 중공업, 인프라코어, (주)두산에 총 53억7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지분관계가 해소된 시점부터는 이를 제재할 근거가 없어지게 됐다.

공정거래법 제2조 제1호의3 및 4는 지주회사의 자회사와 손자회사를 ‘국내회사’로 한정하고 있다. 행위제한 규정의 면탈을 위한 탈법행위를 규정한 같은 법 시행령 제21조의4는 ‘상호채무보증’과 ‘상호출자’만을 금지하고 있다. 해외법인을 동원한 지분관계 해소는 어느 조항에도 저촉되지 않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두산그룹이 법과 시행령 사이의 흠결을 이용했다. 해외법인을 통해 금융계열사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 이러한 탈법행위를 용인할 경우 지주회사 규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전하며 공정위에 제재와 법적 정비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행 법상 페이퍼 컴퍼니와 같은 위법회사가 아닌 한 해외법인을 통한 금융사 지배를 막을 규정은 없다. 이론적으로는 다른 지주회사가 유사한 시도를 해도 막을 방법은 없다”고 전했다.

두산캐피탈은 기계류 금융에 특화돼 할부금융, 리스금융, 중고건설기계금융 등을 판매하고 있다. 모회사와 연계한 캡티브(전속) 금융 확대방침을 천명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12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및 선박금융을 판매하면서 채무상환능력을 제대로 심사하지 않아 부실을 초래했다며 이 회사에 과태료, 기관주의, 임직원 16명에 대한 제재조치를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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