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의 통상정책은 관세부과 범위와 관세율 수준 측면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정책 예고 후 이를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함에 따라 그 시행 여부와 시기를 예측하기 어려운 특징이 있다.”

1일 한국은행이 펴낸 ‘미국 무역정책 불확실성이 우리 성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 통상정책의 특징 중 하나로 불확실성을 강조했다. 

미국 관세정책의 불확실성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실제 관세부과 여부와 별도로 미 관세정책 불확실성 충격은 우리 GDP 성장률을 2025년 0.13%p, 2026년 0.16%p 정도 하락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관세여부와 별도로 한치 앞을 예측하기 힘든 불확실성 자체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무역정책과 관련하여 높은 불확실성에 직면한 기업들은 대규모 고정비용을 수반하는 수출 및 투자 관련 의사결정을 미루고 위험회피적인 가계는 예비적 동기로 인해 소비를 줄이는 등 실물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게 된다”고 원인을 진단했다. 

또, 트럼프 1기 당시의 미·중 무역분쟁을 대상으로 한 해외 연구 역시 실제 관세부과 여부와 관계없이 미국의 무역정책 불확실성 자체가 기업의 수출 및 투자에 관한 의사결정에 중대한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나아가 실물경기 변동을 야기한다는 실증분석 결과를 제시한바 있다고 짚었다. 

보고서는 미국의 무역정책 불확실성 지수를 토대로 최근의 불확실성이 경제에 미친 영향을 실증분석했다. 이 지수는 미국 언론매체 기사, 의회예산국(CBO) 보고서, 필라델피아 연준의 전문가 대상 경제전망 서베이 자료 등을 토대로 산출된다.

미국의 무역정책 불확실성 지수는 2018년 하반기 들어 미국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대규모 관세부과와 이에 대응한 중국의 보복관세로 양국간 무역갈등이 격화되면서 크게 높아졌다가, 2020년 무엽합의 이후 점차 과거 평균 수준으로 안정되는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2024년 11월 트럼프 재선 이후 통상갈등 우려가 다시 커지면서 지수가 재차 급등했고, 4월 광범위한 교역상대국들을 대상으로 고율의 상호관세가 발표되면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상호관세 부과가 유예되고 영국, 일본, EU 등 주요국과의 관세협상이 타결된 이후 지수는 5월 이후 상당폭 낮아졌으나 여전히 트럼프 1기 당시 최고치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미국의 무역정책 불확실성 지수와 국내 각종 지표들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에서는, 미 무역정책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기업과 가계의 경제심리지수(ESI)가 하락하고 투자심리 위축으로 국내주가지수(KOSPI)도 단기적으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글로벌 위험회피 성향 강화로 미달러화가 단기적으로 강세를 보임에 따라 원달러 환율은 상승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실증분석 결과는 최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높아진 미국의 무역정책 불확실성 증대가 국내경기 회복에 중요한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경우 우리 GDP 하락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결과도 내놓았다. 불확실성이 올해 3분기 중 상당폭 완화되는 기본 시나리오 외에, 높은 수준의 불확실성이 2026년까지 지속되는 경우 우리 기본 시나리오보다 올해 0.04%p, 내년 0.11%p 정도 추가 하락할 것으로 추정됐다. 높은 수준의 관세 불확실성이 트럼프 2기 임기 마지막은 2028년까지 지속되면 상정률은 올해 0.06%p, 내년 0.18%p 정도 추가 하락할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최근 한·미 관세협상 타결은 미 무역정책 불확실성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다만, 큰 틀에서 미국과의 무역합의가 이루어졌으나 세부적인 측면에서 는 불확실성이 일부 남아있을 수 있으며, 아직 미국과의 관세협상이 타결되지 않은 중국, 캐나다, 멕시코 등의 대미협상 전개양상과 관련한 불확실성도 상존해 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우리나라와 관련한 미 무역정책 불확실성이 향후 재차 증대되지 않도록 앞으로도 세부적인 측면에서 양국간 긴밀한 통상 협의를 지속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이 과정에서 대외여건 악화에 직면한 기업들의 투자 및 수출시장 진출이 급격히 위축되지 않도록 이들에 대한 무역금융 제공 및 투자여건 개선을 위한 지원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