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증시가 활기를 띠고 있다. TOPIX 지수는 지난 8월 사상 최고치인 3121을 기록하며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일본 증시 호황의 배경으로 기업들의 주주환원 확대와 지배구조 개선을 꼽았다. 특히 도쿄증권거래소와 금융당국이 주도한 ‘밸류업(Value-Up)’ 정책이 기업 현장에서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일본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 자회사 상장폐지, 지배구조 개혁, 성장 투자 강화 등 다양한 개혁을 단행했다. 2024 회계연도에만 자사주 매입 규모가 18조 7000억엔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배당 성향도 꾸준히 개선되어 기업 이익이 주주에게 직접 돌아가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 이 결과 외국인 투자자는 3년 연속 일본 주식을 순매수하며 ‘일본 시장 신뢰 회복’에 화답했다.

밸류업 정책의 핵심은 투명성 제고에 있다. 일본은 2021년부터 ‘무형자산(IP) 공시’를 제도화해 특허·상표 등 지식재산을 정량화하고 경영전략과 연계해 공시하도록 했다. 재무제표에 드러나지 않는 기업의 성장 잠재력까지 공개되면서, 투자자는 기업의 미래 가치를 보다 입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단순한 숫자 공개를 넘어 시장과 기업 간 신뢰를 구축한 결정적 계기가 됐다.

한국도 ‘K-밸류업’을 추진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상장사들의 자사주 소각 규모는 9조 원을 넘어섰고, 정부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세제 인센티브, ETF 편입 등 다양한 정책을 내놨다. 밸류업 참여 의사를 밝힌 기업도 100곳이 넘는다. 변화의 불씨가 분명히 일어난 셈이다.

하지만 아직은 자사주 매입·소각 등 단기적 주주환원 조치에 치중되어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정보 공시의 투명성과 지배구조 개혁 등 근본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국회는 9월 정기국회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을 담은 3차 상법 개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기업들은 과도한 규제로 성장성을 해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기업 성장은 주주의 성장과 함께해야 한다는 점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자사주 활용의 자율성을 존중하되, 주주가치 제고라는 원칙을 분명히 세우는 것이 제도의 핵심이다.

일본 사례가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기업의 자산과 전략을 시장과 공유하는 투명성이 핵심이며, 자사주 매입·배당 확대 같은 주주환원 조치가 지배구조 개선과 소액주주 보호라는 제도적 장치와 맞물려야 한다. 정부, 기업, 투자자가 함께 압력을 주고받으며 선순환을 만들 때 비로소 밸류업은 뿌리내릴 수 있다.

기업의 성공은 주주의 성공과 함께 가야 한다. 주주가 소외되는 기업은 장기적으로 시장의 평가를 받을 수 없다. 일본이 보여주듯, 밸류업은 기업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시장 전체의 신뢰를 높이는 사회적 프로젝트다. 한국이 이 교훈을 제대로 받아들인다면, ‘K-밸류업’은 구호가 아닌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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