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 글로벌 벤처투자 시장은 투자 위축 기조 속에서도 AI와 디펜스테크를 중심으로 성장의 불씨를 이어갔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글로벌 벤처투자 2025년 2분기 동향 분석과 전망’에 따르면, 2분기 전 세계 벤처투자는 7356건, 1010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분기 대비 감소한 수치지만, 1분기의 OpenAI 400억 달러 초대형 거래를 제외하면 여전히 안정적인 흐름으로 평가된다.

AI와 디펜스테크, ‘불확실성 시대의 확실한 선택’

투자자들의 눈길은 기술 주권과 안보를 둘러싼 글로벌 경쟁 속에서 새로운 ‘핵심 축’으로 부상한 AI와 디펜스테크로 향했다. 반면, 관세 등에 민감한 소비재 등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투자 Top10 사례 가운데 9건이 미국에서 발생했다. Scale AI(143억 달러), World View(25억7000만 달러), Anduril(25억 달러) 등 미국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시장을 주도했다. 독일의 헬싱(Helsing)과 포르투갈의 테케버(TEKEVER) 역시 각각 수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확보하며 유럽 방위 기술 스타트업의 성장을 입증했다

삼정KPMG는 “산업별 특화 AI 솔루션이 실제 시장 적용 가능성을 입증하며 투자자의 주목을 받고 있다”며 “전통 방위산업을 넘어 AI 기반 디펜스테크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회수 시장, 핀테크 IPO가 활로 열어

투자 회수 시장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2분기 회수 규모는 1111억 달러로 전 분기 대비 소폭 늘었지만 기대치를 밑돌았다. 그러나 미국 핀테크 기업 Circle, Chime, eToro가 IPO에 성공하면서 시장에는 긍정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홍콩 IPO 시장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유럽은 여전히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대규모 IPO는 2026년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일부 투자자들은 컨티뉴에이션 펀드와 같은 대체적 회수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컨티뉴에이션 펀드는 회수 지연 상황에서 유망 기업을 장기 보유하며 기존 투자자에게 유동성과 선택권을 제공하는 대안 펀드를 말한다.

지역별 투자 지형의 분화

지역별 흐름을 보면, 미국은 전체 투자액의 70%에 해당하는 727억 달러를 기록했다. AI·디펜스테크 등의 기업들이 대형 투자를 유치한 반면 제조업∙소비재에서는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정책 불확실성과 회수시장 지연으로 투자자들은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유럽은 146억 달러로 투자 위축이 이어졌지만, EU와 독일·영국 정부의 AI·디펜스테크 육성 전략이 방패 역할을 했다. 반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미·중 갈등의 직접적 영향을 받으며 128억 달러로 10년 내 두 번째 저조한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중국은 최저치 수준으로 떨어진 반면, 일본과 인도는 각각 AI·딥테크, 핀테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3분기 이후, 기술 주권과 안보 강화가 투자 키워드

보고서는 향후 투자 기조가 ‘보수적 선별 투자’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관세 등 글로벌 무역 불확실성이 여전히 시장을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국 정부가 기술 주권 확보와 안보 강화를 국가 전략으로 내세우면서, AI와 디펜스테크를 중심으로 한 투자는 오히려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미국은 AI 내재화를 위한 M&A가 활발해질 수 있으며, 유럽은 ‘스타트업·스케일업 전략’과 국방 현대화 예산이 투자를 견인할 전망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국가별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보이나, 일본·인도는 AI, 스페이스테크, 핀테크 분야에서 성장 모멘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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