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와 유럽, 꿈과 현실의 시공을 넘나드는 화가 크리스찬 히다카가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에서 국내 첫 미술관 개인전 ‘하늘이 극장이 되고, 극장이 하늘에 있으니’로 한국 관객을 만난다. 2025년 6월부터 2026년 5월까지 펼쳐지는 그의 장대한 회화 여정에는 ‘유라시아 모드’라는 독자적 미감과 동서양 미술사의 해석, 그리고 상상력으로 직조된 몽환적 극장이 가득하다.

1977년 일본인 어머니와 영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히다카는 윈체스터 미술학교와 영국 왕립미술원에서 예술을 닦으며, 자신의 이중적 정체성을 기반으로 서양적 원근법과 동양적 삼원법, 르네상스 템페라와 동양의 석청 안료 등을 자유롭게 오가며 새로운 회화 언어를 개척했다. 그는 동굴벽화와 산수화 같은 동양의 자연에서 영감을 받고, 현실과 상상을 아우르는 장면을 한 화면에 불러와 새로운 시·공간을 창조한다.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에서만 3주간 머물며 직접 벽화를 그린 그의 작업에는 유럽과 아시아의 예술사, 수학, 신화, 문학이 유연하게 얽힌다. 그가 선보인 작품 속에는 큐피드, 뱀, 천사 등 신화적 모티프부터 반 고흐, 피카소의 오마주, 이탈리아의 건축과 일본의 절, 중국의 산수와 비디오 게임 같은 풍경까지 다채로운 소재들이 시적인 방식으로 등장한다.

히다카는 회화의 깊은 역사를 존중하면서도, 동시대의 감각과 상상을 담아 관객 각자가 경험하는 ‘나만의 무대’로 공간을 환원한다. 장대한 벽화는 현실과 상상을 매개하며, 현실의 복도는 우주와도 연결되고, 관객들은 작품 속 새로운 길을 따라 시각 여행을 떠난다. 히다카의 손끝에서 그림은 기억과 미래, 익숙함과 낯섦, 유산과 상상이 충돌하는 “하늘의 극장”이 된다.

이번 전시는 전통과 실험, 추억과 미래, 동서양 모든 경계선에서 작가의 섬세하게 균형잡힌 예술적 시선과 뜨거운 질문을 집약해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김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