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기업은 부산 해운대구에 본사를 둔 전형적인 향토기업이다. 의류가공업체인 A사는 대기업 등 의류업체로부터 OEM방식으로 의류를 가공해 납품하는 기업이다. A기업은 부산시 기장군 정관면에 위치한 정관신도시 상업용지를 분양받아 근린생활시설로 건축, 임대사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건축을 위해 토지이용계획확인서를 분석해 보니 일반상업지역, 미관지구, 방화지구, 제1종지구단위계획구역, 대로2류, 중로3류, 특수도로(보행자전용도로) 등으로 돼 있다. 대상지는 정관신도시 상업지역으로 주변에 산업단지와 아파트단지가 있고, 신도시 중심부 상권에 위치하고 있어 입지가 좋았다. 부산울산고속도로의 장안IC로부터 5km(10분거리)에 위치해 있고, 경부고속도로 옆 부산고속버스터미널과 15km(20분거리)에 위치해 교통이 편리하다. 이런 입지적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A기업은 자체 총무팀을 통해 신도시 상업용지를 매입했던 것이다.

그러나 A기업은 부산권 부동산 경기가 바닥을 헤매고 있는 시점에 이를 매입하는 등 부동산 경기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입지가 좋아보이지만 정관신도시가 부산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정관신도시를 에워 싸고 있는 임야에 공동묘지 즉 혐오시설이 있어 아파트 분양시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막대한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철저한 시장조사가 선행돼야 한다. 사진은 정관신도시 상업용지<사진=밸류마크자산관리>

정관신도시에서는 부동산경기 악화로 아파트 분양시장이 얼어붙기 시작하면서 대량 미분양 사태가 이어졌다. 당초 미래형 자족도시로 기획됐으나, 계약자의 입주기피가 나타나면서 유령도시화될지 모른다는 업계의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2012년 8월 부산 기장군과 기장군 정관신도시의 6개 아파트단지 건설업체들에 따르면, 롯데캐슬(764가구)이 입주를 시작한지 한 달 이상이 지났음에도 당시 입주는 50여가구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 외 다른 입주 아파트들도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서 업체들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정관신도시의 저조한 입주율은 예견된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부산도시공사는 부동산 경기 침체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도시 건설을 강행했고, 늑장공사로 도로 등 기반시설과 교육시설 공사가 지연돼 입주민들이 불편해 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신도시의 경우 제대로 된 도시형태를 갖추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A기업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부동산개발사업을 진행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기업의 재무제표가 개선되자 마자 CEO는 부동산개발사업을 선택하게 되고, 부동산전문가가 아닌 기업 총무팀은 이에 대해 아무런 의견을 제시하지 못하고 사업을 진행했던 케이스다.

A기업의 사례는 사업환경 변화에 따른 대처 능력을 갖고 부동산 개발사업을 진행해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특히 지구단위계획구역의 경우 지자체 조례상 건폐율 및 용적률 등 밀도관리 규제가 심한데 이를 간과했다. 즉 부산시 도시계획 조례상 일반상업지역의 경우 건폐율은 80%, 용적율은 1000%이지만, 정관신도시 지구단위계획 결정지침에 따르면 대상지가 속한 상업지역의 경우 건폐율 80%, 용적률 500%로 지자체 도시계획조례보다 용적률이 1/2로 줄어든다. 용적률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건축물의 연면적 차이로 귀결돼 A기업이 임대사업에서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법률행정적 리스크 등을 감안하지 못해 결국 손해를 보게 되는 A기업은 부동산개발사업을 포기하고 대상지 토지를 매각키로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현재 정관신도시의 경우 도시형태가 제대로 자리잡아 가지 못하고 있고, 대상지 주변지역 상업용지 개발사업의 경우 상가 미분양이 많이 적체돼 있는 상황에서 제 값을 받고 토지를 매각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처럼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기업부동산의 경우 개발사업을 위한 토지를 매입하기에 앞서 철저한 시장조사가 선행돼야 한다.[(주)밸류마크자산관리 남관현 투자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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