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실효성과 권리구제 기능이 최근 2년간 급격히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권고율과 권리구제율이 모두 반토막 나며, 기관의 권고를 외면하는 사례까지 급증해 인권위의 존재 이유가 흔들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남근 의원이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진정사건 처리건수 대비 권고 건수인 권고율은 2022년 5.8%에서 2023년 4.6%, 2024년에는 2.7%로 급락했다. 2025년 상반기에도 2.2%에 머물렀다.

이는 10건 중 1건도 권고로 이어지지 못하는 수준으로, 인권위가 국민기본권 보장이라는 본연의 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전체 진정사건 처리건수 중 권고·고발·징계권고·수사의뢰 등이 이뤄진 비율인 권리구제율 역시 하락세를 보였다. 2021~2022년 12.7% 수준을 유지하던 권리구제율은 2023년 12.1%, 2024년 10.2%로 떨어졌으며, 2025년 상반기에도 10.6%로 낮은 수준을 이어갔다.

이는 인권위가 핵심적으로 수행해야 할 ‘인권침해·차별 피해자 권리구제’ 기능이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풀이된다.

더 큰 문제는 인권위 권고를 각 기관이 받아들이지 않는 비율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권고 불수용률은 2021년 10.9%에서 2023년 14.3%, 2024년 14.4%로 상승했고, 2025년 상반기에는 16.7%로 치솟았다.

즉, 인권위가 권고를 내리더라도 해당 부처나 기관이 이를 무시하거나 이행하지 않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이다.

김 의원은 이러한 흐름이 인권위 권고의 실효성을 떨어뜨리고, 더 나아가 인권위 자체의 권위와 신뢰를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2년간 나타난 ▲권고율 및 권리구제율의 하락 ▲권고 불수용률 급등 현상은 인권위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낸다.

김남근 의원은 “국가인권위원회는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하고 인권 침해로부터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하는 기관인데, 최근 수치가 보여주는 흐름은 인권위의 권위 추락과 기능 후퇴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인권위 권고는 인권침해와 차별의 기준을 세우는 일종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며, 사회 전반에 경종을 울리는 조치”라며 “권고율이 줄어든다는 것은 인권침해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마저 약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의원은 “인권위가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지켜내지 못한다면 사회 전반의 인권 보장체계 또한 뿌리째 흔들릴 것”이라며 “하루빨리 인권위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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