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말 당시만 해도 1400원 아래였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1420원을 웃돌고 있다. 달러화 강세 앞에서 유로·엔 등 주요 통화들이 일제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 

15일 한국은행의 ‘2025년 9월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13일 기준 1425.8원을 기록했다. 지난 8월말 1390.1원 수준이던 원달러 환율은 9월말 1402.9원을 기록하더니 최근에는 1420원대를 웃돌고 있다.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는 8월말에 비해 2.5% 하락했다. 

한은은 “원달러 환율은 매파적으로 평가되는 9월 FOMC 결과 및 일본·프랑스 정치 불안 등에 따른 미 달러화 강세, 미·중 무역갈등 재부각 우려 등의 영향으로 상승”했다고 원인을 짚었다. 

같은 기간 원엔환율은 하락해 엔화 대비 원화가치는 0.7% 상승했으나, 원위안 환율은 상승해 위안화 대비 원화는 가치가 2.4% 하락했다. 

미국 달러가치 지표인 달러인덱스는 지난 13일 기준으로 99.3을 기록해, 8월말(97.8)보다 1.5% 상승했다. 미 연준이 지난 9월 정책금리 상단을 4.5%에서 4.25%로 0.25% 인하한 것은 달러가치 약세의 신호가 될 수 있지만, 실제 환율 방향은 달랐다. 

한은의 지적처럼 금리를 인하했음에도 연준이 여전히 경기침체보다 물가관리 등에 더 신경을 쓰는 “매파적” 신호를 시장에 보냈다는 평가가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게다가 미중 무역갈등이 재차 부각되는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반면 주요 비교대상 화폐 가치는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엔화는 3.5%가 하락해 주요 화폐 중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한은은 “일본 신임 내각의 완화정책 선호 가능성 등에 따른 일본은행 금리인상 지연 기대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유로화 역시 프랑스의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인해 가치가 1.1% 하락했다. 프랑스는 최근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싼 대립으로 총리 교체와 내각 붕괴가 연이어 발생했고, 급기야 국제 신용평가회사 피치가 지난 9월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하향 조정하기에 이르렀다. 

신흥국 통화는 대체로 약세를 보였다. 튀르키예 리라화는 정책금리 인하(43.0% → 40.5%)로 1.6% 하락했다. 브라질 헤알화는 예산 관련 정부와 의회 간 갈등 등에 따른 재정건전성 우려 등으로 0.6% 하락했다. 남아공 란드화는 귀금속 가격 상승의 영향 등으로 2%대의 강세를 보였다. 중국 위안화는 가치에 변동이 없었다. 

원화가치 하락과 환율 상승은 외국인 투자에 악재로 꼽힌다. 달러가치가 상대적으로 상승할 경우 외국인이 자금을 달러로 바꿔 국내 증시를 떠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원달러 환율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9월 중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는 큰 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자금은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 등에 힘입어 전기전자 업종을 중심으로 9월 중 43.4억달러가 순유입됐다. 지난 6월(22.7억달러)과 7월(24.4억달러) 20억달러 수준에서 8월 1.8억달러로 순유입 폭이 줄었으나, 9월 들어서는 24년 2월(55.9억달러)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채권자금은 대규모 국고채 만기상환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채권에 대한 매입수요가 확대되며 9월 한달간 47.8억달러가 순유입됐다. 6월(28.1억달러)과 7월(24억달러)만 해도 20억달러 이상의 순유입이 있었으나 8월 들어 7.7억달러 순유출로 전환됐는데, 한달만에 다시 순유입으로 추세가 변했다. 

한은은 이에 대해 “국제예탁결제기구(ICSD)를 통해 외국인이 국채를 통합 결제·보관하는 국채통합계좌의 과거 채권 보유잔액 통계가 조정(34.8억달러)됨에 따라 실제 9월 순유입규모는 13.0억달러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