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이 국민의 노후자금을 담배·주류·카지노 등 이른바 ‘윤리적 논란 업종’뿐 아니라 일제강점기 강제노역에 연루된 일본 전범기업에까지 대규모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종목에서는 수익은커녕 손실까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국민 정서에 반하는 투자 행태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이 16일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 ‘윤리적 논란 업종’ 투자액은 총 1조 3487억원에 달했다. 담배기업 KT&G에 약 9510억원, 주류기업 하이트진로에 약 880억원, 카지노기업 강원랜드·GKL·파라다이스·롯데관광개발 등에 약 309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국민연금은 이들 기업에 꾸준히 투자해왔지만 수익률은 부진했다. 2024년 말 기준 KT&G를 제외한 나머지 5개 종목에서 모두 손실이 발생했으며, 특히 파라다이스의 손실률은 –27.9%에 달했다. 같은 해 강원랜드는 –0.19%, 롯데관광개발은 –18.44%, GKL은 –18.16%, 하이트진로는 –13.24%를 기록하며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

이 같은 ‘윤리적 논란 업종’ 투자 논란에 더해 국민연금의 일본 전범기업 투자 규모가 오히려 확대된 사실도 드러났다.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미쓰비시·미쓰이·스미토모 등 일본 전범기업 계열 투자액은 2021년 말 1조 7320억원에서 2024년 말 3조 934억원으로 56% 증가했다.

백 의원은 “국민연금이 자체적인 ‘윤리적 논란 업종’ 분류 기준도 없이 단순히 산업분류에 따라 투자 대상을 관리하며 사회적 해악 산업과 전범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국민 정서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국민연금이 국민의 혈세로 운용되는 만큼, 단순한 재무적 수익을 넘어 윤리적 가치와 사회적 책임을 반영한 투자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사회적 가치 중심의 책임투자 제도화가 시급하다”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