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의 관세협상 세부내용이 합의됐다. 당초 합의한 상호관세 이외에, 자동차 등 품목관세에서 합의를 이뤄낸 점이 다행이다. 의약품 등에서 추가로 관세인하를 확보한 점 역시 눈에 띈다. 주춤한 대미 수출이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길 바란다. 아울러, 관세리스크 완화를 위한 수출다변화 등 종합대책 역시 지속적으로 추진해야겠다. 

대통령실 브리핑을 종합하면, 상호관세는 지난 7월 합의 이후 인하한 15%로 지속 적용된다.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관세는 15%로 인하된다. 품목관세 중에서 의약품, 목재제품은 최혜국 대우를 받기로 했으며, 항공기·부품, 제네릭 의약품, 미국 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천연자원 등은 무관세를 적용받기로 했다.

대미 투자에서 외환시장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은 바람직한 결말이다. 연 납입한도에 최대 200억달러의 상한을 설정한 점, 외환시장 불안을 반영해 납입시기와 금액을 조정한다는 점 등이 적절하다. 추후에도 외환시장의 추이를 두루 살피고, 금융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없도록 한미 양측이 적극 소통을 이어간다.

반도체의 경우에는 한미간 설명에 엇갈리는 면이 있다. 대통령실은 브리핑을 통해 “우리의 주된 경쟁국인 대만 대비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관세를 적용받기로 했다”고 밝힌 반면, 미측은 반도체 관세가 이번 합의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역시 이미 발표된 바와 같이 다른 나라와 불리하지 않은 방향의 합의를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 관세는 한미 양측 기업 모두의 이익에 반하는 만큼, 어떤 혼란도 있어선 안되겠다. 

산업부에 따르면, 9월과 10월 대미 수출은 지난해에 비해 감소했다. 관세 영향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새로운 한미 합의를 대미 수출의 새 원동력으로 삼아 부진을 떨쳐내고, 수출을 통한 경제 활력 회복에 나서야한다. 

동시에, 관세리스크에 대한 장기적인 대응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수출다변화가 급선무다. 지난 9월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한국 수출의 다변화 현황과 수출 지속 및 성장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수출의 절반 이상을 상위 10대 품목이 차지했다. 상위 10대 수출국 비중도 70.8%로 주요 수출국 중 가장 높았다. 수출국 집중도 지수와 수출품목 집중도 지수 모두 홍콩을 제외한 세계 10대 수출국(홍콩 제외)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수출 규모가 비슷한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등과 비교해도 현저히 높은 수치다.

수출국가와 수출품목 모두 치우침이 심하니, 관세리스크 영향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반대로 수출국과 수출품목이 하나 늘어날 경우 수출 중단 위험은 각각 5.4%, 1.2%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국과 수출품목 수가 하나씩 증가하면 기업의 연간 수출액은 각각 7.8%, 1.1%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수출경험이 적은 기업들일수록 품목과 시장의 집중도가 높았다. 수출 지속기간이 5년 이하인 기업 중에서는 절반 이상이 단일 품목과 단일 시장에 의존하고 있었다. 

보고서는 관세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지원이 기업 규모에 따라 달라야 한다고 진단한다. 초기 중소기업에는 해외 바이어 발굴과 마케팅을 지원해 시장 다각화를 촉진하는 방안이, 중견기업에는 R&D 및 현지화 지원이 필요하다고 봤다. 

기업 차원에서는 경영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는 수출 전반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수출다변화는 필수적이다. 정부와 기업이 긴밀한 협력 하에 적극적인 세계시장 개척으로, 보호무역과 관세리스크의 파고를 넘어야한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