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은 3일 ‘SK AI 서밋 2025’에서 “AI는 인류 문명의 전환점”이라고 정의했다.   ©중기이코노미

“AI는 더 이상 무한한 스케일의 경쟁이 아닙니다. 이제는 효율의 경쟁입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AI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했다. 지금까지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GPU, 데이터센터, 파운드리, 반도체 인프라 등 ‘스케일’ 확대에 주력해왔다면, 이제는 제한된 자원 안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AI를 운용하고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만들 것인가가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최 회장은 3일 열린 ‘SK AI 서밋 2025’에서 ‘AI NOW & NEXT’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이 자리에는 글로벌 테크 기업, 반도체 파트너, 스타트업 관계자 등 500여 명이 참석했으며, 최 회장은 40여 분간 AI 산업의 현황과 미래 전략을 심도 있게 제시했다.

◇AI 수요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최 회장은 연설 서두에서 “AI는 지난 2년간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속도로 진화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제 AI는 특정 기술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산업의 기반 기술로 확산되고 있다”며 “하지만 수요의 폭발적 증가에 비해 공급망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구조적인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AI 산업의 특징으로 추론(Inference) 시대의 도래, AI 에이전트의 확산, B2B 중심의 AI 수요 급증, 국가 단위의 AI 투자경쟁(‘소버린 AI’) 등을 꼽았다.

AI가 실험실 단계를 벗어나 본격적으로 ‘현실세계에서 일하는 시대’로 넘어가며, 이제 AI는 개인의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를 넘어, 기업의 경영 구조와 정부의 정책 체계까지 바꾸고 있다. 특히 소버린 AI의 등장은 AI가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국가 안보, 산업주권, 심지어 가치 체계와 연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태원 회장은 SK가 추구하는 AI 전략의 핵심을 ‘효율(Efficiency)’로 제시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처럼 수요가 폭발하자 글로벌 기업들은 앞다퉈 GPU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최 회장은 “GPU 부족 현상은 일시적 병목이 아니라 구조적 한계”라고 단언했다. 그는 “AI 트레이닝에는 방대한 연산량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GPU, 메모리, 전력, 냉각 등 어느 하나라도 병목이 생기면 전체 효율이 급격히 떨어진다”며 “AI의 무한 확장은 물리적 한계에 봉착해 있다”고 경고했다.

◇AI 시대의 새로운 과제는 효율성=최 회장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SK가 추구하는 AI 전략의 핵심을 ‘효율(Efficiency)’로 제시했다. “이제는 누가 더 많은 GPU를 확보했느냐가 아니라, 같은 자원으로 얼마나 더 효율적인 AI 서비스를 제공하느냐가 관건”이라며 “SK는 AI 효율화에 집중하는 ‘에너지·반도체 기반 테크 그룹’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메모리 효율 개선 ▲AI 데이터센터 최적화 ▲AI를 활용한 제조 및 운영 혁신 등 세 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최태원 회장은 AI 효율화를 위한 구체적인 해법으로 SK가 추진 중인 전략을 소개했다. 그는 “AI 트레이닝의 성능은 GPU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며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이동시키느냐가 AI의 속도를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부대행사로 열린 'AI 골든벨'   ©중기이코노미

SK하이닉스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대역폭 메모리(HBM)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청주 M15X 공장에서 양산이 시작된 HBM4는 AI 연산 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차세대 메모리로, 데이터 병목 현상을 줄이고 연산 처리속도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최 회장은 “2027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완공되면 글로벌 AI 수요에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메모리 효율 혁신이 AI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을 결정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 인프라 측면에서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는 공동으로 AI 컴퓨팅 인프라를 설계하고 있으며, 냉각·전력·운영 시스템을 AI가 직접 제어하는 ‘AI 데이터센터’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최 회장은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은 이미 국가 차원의 이슈로 떠올랐다”며 “SK는 에너지 재활용과 냉각 효율 극대화 기술을 적용해 AI 전력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이를 한국의 새로운 산업 표준으로 정착시키겠다”고 밝혔다.

또한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 협력해 반도체 공정의 모든 단계를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로 구현하고, AI가 실시간으로 생산 라인을 제어하는 ‘오토노머스 팩토리(Autonomous Factory)’ 구축에도 나서고 있다. 이를 통해 반도체 제조 전 과정에서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고, 공정 효율과 품질 안정성을 동시에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최 회장은 “AI 반도체를 AI가 스스로 생산하는 시스템이 곧 현실이 될 것”이라며 “이러한 제조혁신이야말로 효율 중심의 AI 시대를 여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SK AI 서밋은 지난해 SK그룹 멤버사 중심으로 꾸려졌던 전시를 스타트업, 학계, 해외 기업 등으로 참여 범위를 넓혀 규모와 다양성을 키웠다.   ©중기이코노미

◇AI 생태계의 해답은 ‘협력’이다=최 회장은 “AI 산업은 하나의 기업이 독점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생태계”라며 ‘오픈 파트너십(Open Partnership)’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SK는 AWS, 오픈AI, 엔비디아 등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AI 반도체 공급망과 데이터센터 운영 기술을 공유하고 있으며, 국내 스타트업 및 대학 연구진과의 공동 프로젝트도 확대하고 있다.

그는 “AI 효율화 기술을 개방해 생태계 전체의 혁신을 촉진하겠다”며 “AI 산업의 지속 가능성은 협력에서 나온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연설을 마무리하며 “AI는 인류 문명의 전환점”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AI는 산업을 넘어 인간의 의사결정, 교육, 정치, 안보까지 영향을 미친다”며 “이 거대한 변화 속에서 인류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더 많이’가 아니라 ‘더 효율적으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SK는 AI의 효율성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세우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며 “AI 생태계가 폭주하는 대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기술적·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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