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등 범용 철강재 중심으로 선제적 설비규모 조정 지원도 병행해 공급과잉에도 대응하겠습니다.”

4일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 모두발언에서, 고율관세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철강산업 고도화를 지원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에 따르면, 최근 철강산업은 글로벌 공급과잉과 내수 침체에 관세 등 수출장벽까지 겹쳐 “구조적 위기의 초입 단계로 근본적 구조 전환 결단의 골든타임”에 들어섰다. 

실제로 각국 철강산업의 총 생산능력에서 실제 생산량을 제외한 공급과잉 규모는 2016년 7.8억톤까지 늘었으나, 이후 중국과 EU, 일본 등이 설비 감축에 나서고 수요도 회복되면서 점차 완화됐다. 

그러나 2021년 4.7억톤을 기점으로 공급과잉이 다시 증가해 지난해에는 5.9억톤을 기록했다. 주요국의 설비 감축과 글로벌 수요회복이 모두 미미한 결과다. 심지어 아세안과 인도 등은 자체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철강 생산설비를 증설하기까지 했다. 앞으로 공급과잉 규모가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공급과잉 시기에 보호무역까지 등장하면서 수출여건은 더욱 악화됐다. 미국은 철강에 50%에 달하는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고, EU는 수입을 제한하는 세이프가드 조치에 이어 일정 쿼터에만 저율 관세를 매기고 초과 시 고율 관세를 매기는 관세할당(TRQ)을 내놓았다. 

전통적인 시장인 미국과 EU가 보호무역에 나서자, 공급과잉이 심한 중국 등이 다른 시장으로 밀어내기 수출에 나서면서 글로벌 철강 시장 상황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수출시장 악화와 더불어 내수 시장도 위축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난해 철강 내수 물량은 4780만톤을 기록했다. 내수 5000만톤선은 코로나19 충격이 컸던 2020년을 제외하면 2010년부터 줄곧 유지돼 왔으나, 이번에 무너진 것이다. 철강재 소비의 45%를 차지하는 건설업이 지난해 침체에 빠진 것이 원인이다. 

실제로 2022년 건설기성(시공실적)은 2022년 12.4%, 2023년 10.7% 증가했으나 지난해에는 3.2%가 감소했다. 

정부는 “일시적 회복은 가능하나, 건설·토목 성장 둔화, 주요 전방산업강재 소비량 감소 등으로 철강수요의 근본적 회복은 어려울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정부는 공급과잉 상태인 경쟁력 약화 품목 중 기업 설비조정 계획이 있는 경우 이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 경쟁력 약화 품목 중 시장 자율적 조정계획이 미진한 경우, 자율적 조정계획 도출을 위한 여건을 조성하기로 했다. 수입재 침투가 낮으면 여건조성을 우선 착수하고, 수입재 침투가 높은 일부 품목은 수입대응을 선행하되, 시장상황에 따라 필요시 규모를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기업의 자발적 설비조정 노력이 제한적이며, 수입재 침투율도 3%로 낮은 철근은 설비규모 조정 중점 대상으로 선정해, 자율적 설비조정을 위한 지원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기업활력법 상 사업재편 진행 가능성을 검토하고, 사업재편 기업을 위한 세제 등 인센티브를 지원하며, 필요한 경우 철강특별법 등 대안도 모색하기로 했다. 

반면 공급과잉 규모가 작은 경쟁력 유지 품목은 과감한 선제 투자를 지원하기로 했다. 특수강·전기강판 등이 대표적 예시다. 기업의 선제투자 촉진과 함께 특수탄소강 관련 신성장 원천기술 지정도 검토한다. 

아울러 철강 등 관세피해 기업을 대상으로, 이미 발표된 이차보전사업, 긴급저리융자 신설 등과 별도로, 4000억원 규모의 수출공급망 강화보증도 추가로 신설해 총 5700억원의 금융지원을 공급하기로 했다. 

덤핑방지관세를 제3국·보세구역을 경유한 우회덤핑까지 확대 부과해 불공정 저가 수입 철강재의 국내 유입도 최소화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특수탄소강 R&D 로드맵을 올해 안에 수립해 2030년까지 10개 특수탄소강에 2000억원의 대규모 R&D를 지원한다. 아울러 수소환원제철 실증 기술개발, 철강 특화 AI 모델 개발 등을 통해 고부가·저탄소 전환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철강산업 고도화에 나서면서, 특수강 등 미래소재 개발에 속도전이 발생할 전망이다. 또, 철근을 시작으로 공급과잉 품목의 설비감축에 나서면서, 자발적 설비감축과 함께 M&A 등 시장재편도 확대될 전망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