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상장 300사 기록 달성은 지난 12년간 꾸준히 혁신·벤처기업의 지본시장 진입 통로이자 코스닥으로의 도약판 역할을 해온 코넥스 시장에 의미있는 이정표입니다.”

한국거래소 민경욱 코스닥시장본부장은 지난 9월 코넥스 누적 상장기업 수 300개 달성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2013년 7월 중소·벤처기업 전용시장으로 출범한 코넥스 시장은, 지난 9월 본시스템즈의 신규상장으로 꼬박 12년 2개월만에 상장사가 300곳에 이르렀다. 

한국거래소는 코넥스 시장에 대해 197개사가 2조6353억원의 자금을 조달하고, 100개 이상의 기업이 코스닥으로 이전상장하는 등 기업 성장의 발판이 돼 왔다고 강조했다. 

이전상장의 발판이 필요한 이유는 코스닥 시장 자체의 성장에서 찾을 수 있다. 당초 중소·벤처기업 시장으로 시작한 코스닥 시장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상장요건을 지속적으로 강화한 결과 성숙단계의 중소기업 대상 시장으로 변모했다. 

그 결과 중소기업이 설립부터 코스닥 시장 상장까지 걸리는 기간이 2004년에는 평균 9.3년이었으나, 2011년도에는 평균 13.3년으로 크게 늘어났다. 결국, 보다 상장 요건을 완화한 코넥스에 우선상장한 다음, 회사를 키워 코스닥으로 이전상장할 수 있도록 하자는 로드맵이 제시됐다. 

실제로 한국거래소는 코넥스 시장 상장사에 사업보고서 제출 의무를 부과하지만 유가증권이나 코스닥 시장 상장사와 달리 K-IFRS 도입의무는 면제해준다. 의무공시 항목 역시 축소해서 적용한다. 상장폐지 등 시장조치 관련 사항, 주요사항보고서 수준의 중요사항, 지배구조 변동사항 및 횡령·배임 등 건전성 저해행위로 좁혀서 적용하고 있다. 

그런데 코넥스 시장의 신규상장 300호 기록이 시장의 활성화를 의미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면이 많다. 주요 수치를 보면 최근 시장은 오히려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코넥스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특별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올해 8월말 현재 코넥스 상장기업 수는 총 115개사이며, 시가총액은 2조8505억원을 기록했다. 8월 한달간 코넥스 시장의 일평균 거래량은 35만주, 거래금액은 21.5억원였다. 

지난 6월에서 8월 사이 코스피 시장이 가파른 상승세를 탄 것과 달리, 코넥스 시장의 시가총액은 6월말 3조1588억원에서 7월말 3조1510억원에 이어 8월말까지 연거푸 감소했다. 게다가 2023년(3조8469억원)과 2024년(3조1038억원)에 비하면 시총의 감소가 두드러진다. 

유상증자 등을 통해 상장사들이 자금을 조달한 규모 역시 지난해까지 연거푸 줄어들었다. 2020년 2272억원에서 2021년 5348억원으로 크게 증가했지만, 이후 2022년(2770억원)부터 2023년(1642억원), 2024년(1343억원)으로 지속 감소했다. 올해는 8월까지 누적 2600억원으로 상승전환한 모습이다. 

물론 시가총액이나 자금조달 규모와 같은 외형지표 만으로 코넥스 시장을 평가할 수는 없다. 우량 기업이 코스닥으로 이전상장하는 경우 코넥스의 시총 등은 줄어들지만, 이는 코넥스의 목적에 부합하기 때문에 시장 위축이라고 단정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 

문제는 이전상장이 최근 감소 추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상장을 완료한 기업은 올해 8월말 현재 총 101개로 나타났다. 코스피·코스닥 상장법인에 흡수합병된 7개사는 M&A 유형이므로 이전상장에서 제외한 수치다. 

최근 이전상장 기업 수는 2020년 12개에서 2021년 13개, 2022년 6개, 2023년 7개, 2024년 4개로 감소 추세다. 올해 역시 8월말 현재 누적 이전상장은 3곳에 불과하다. 

코넥스 시장이 부진한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진단이 나오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의 ‘코넥스 시장 활성화 정책 성과분석’ 보고서는 코넥스 시장에 대해 “코넥스 상장사의 자금조달 부진과 코스닥 상장 기준 완화로 인한 직상장 선호 증가가 주요 원인”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정부의 상장 조건 완화가 코넥스 시장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코스닥 시장에도 적용됨에 따라 코넥스 시장의 상대적 매력이 감소한 점”을 짚었다. 

실제로 2017년 이익미실현 기업의 일반상장을 허용하는 ‘테슬라 상장 요건’을 도입한 결과, 코넥스 시장 신규상장 건수는 1년 새 50개에서 29개로 크게 감소한 반면 코스닥의 경우 59건에서 70건으로 증가한 바 있다. 

보고서는 코넥스 시장의 독특한 특징인 지정자문인 제도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정자문인 제도는 증권사가 코넥스에 상장된 특정기업의 공시 등 업무를 자문하는 제도를 말한다. 

보고서는 증권사가 코스닥 시장에 비해 수익성이 낮은 코넥스 시장 업무에 참여할 유인이 적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지정자문인 자문수수료를 인상하는 것은 현재 비용도 부담스러워 하는 기업의 현실을 반영할 때 현실성이 없다고 봤다. 

코넥스 신규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이 많다면 규모의 경제로 증권사의 코넥스 기피 현상 완화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이 또한 요원한 상황이다. 

상장요건 등의 규제완화가 “코넥스 시장이 투자자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역설적 결과를 초래”했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코넥스 시장에 대한 일반투자자의 투자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투자를 제한하는 기본예탁금 제도와 소액투자전용계좌 제도를 폐지한 바 있다. 반면 일반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보 비대칭성 해소를 위한 공시의무 강화, 엄격한 회계기준 적용, 외무감사인과 사외이사 제도 적용은 이뤄지지 않았다. 

보고서는 “정보비대칭 해소는 코넥스 활성화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일반투자자의 투자 제한을 완전히 폐지한 만큼 공시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코넥스 시장의 부진 현상을 근본적으로 타개하기 위해서는 코넥스 시장의 기능 및 역할을 처음부터 다시 검토하고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코넥스 시장을 현재처럼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방안과 코스닥 시장을 미국 나스닥 시장처럼 분할 후 코넥스를 하위 시장과 통합해 운영하는 방안 사이에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보고서는 “코스닥 시장으로 이전 상장한 기업의 직상장 및 SPAC 합병 상장 대비 양호한 주가성과는 코넥스 시장이 적절한 기능을 수행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면서, 코넥스 시장의 독자적 운영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따라서 “코스닥 상장요건을 다시 강화함으로써 코넥스 시장에 상장하도록 유도하거나, 코스닥 시장과 대비되는 획기적인 우수 기업 상장 유인책을 추가적으로 발굴해야 한다”고 짚었다. 

아울러, “이전상장 기업의 우수한 성과는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의 끊임없는 코넥스 시장 상장을 전제로 한다”며, “지금처럼 잠재력을 인정받는 중소기업이 코스닥에 직상장하는 추세가 계속된다면 코넥스 시장은 활력을 상실하고 위축될 것”으로 예상했다. 

결국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전반적인 규제 완화 정책을 고수함으로써 코넥스 시장과 코스닥 시장의 상장요건 격차를 벌릴 수 없다면 차라리 코스닥 시장을 세분화한 후 코넥스 시장을 하위 시장과 통합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