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자국 내 의약품 지출 부담을 낮추기 위한 강경책을 재가동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과 함께 논의 중인 ‘최혜국 대우 약가 정책’(MFN)은 약가 인하 정책 중 하나로, 미국 약가를 선진국 중 최저 수준으로 맞추겠다는 취지다. 

11일 딜로이트의 ‘미국 약가 인하 정책과 국내 제약 산업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이 같은 약가 인하 정책은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에 엇갈린 영향을 줄 전망이다. 기술수출 중심 바이오텍은 글로벌 제약사의 R&D 축소로 타격을 받을 수 있는 반면, CDMO(위탁생산)와 바이오시밀러 기업은 비용 절감 수요 확대와 가격 경쟁력 강화로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한국은 A8 국가 약가를 참조하는 ‘해외약가참조제’를 운영 중이다. 이로 인해 약가 수준이 낮게 형성돼 국민 부담을 줄이는 장점이 있지만, 글로벌 제약사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낮은 시장으로 인식돼 신약 도입이 늦어지는 ‘코리아 패싱’이 발생해왔다.

딜로이트는 미국이 한국을 최혜국 대우정책 참조국으로 포함할 경우, 양국이 서로의 약가를 참조하는 악순환 구조가 형성돼 신약 접근성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국제 약가 압박 속에서, 고가 신약의 급여 적용 시 재정 부담을 제약사와 공단이 나누는 ‘위험분담제’(RSA)가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향후 약가 투명성 강화가 본격화될 경우 현 제도가 구조적 리스크로 전환될 수 있어, 성과 기반 환급제 등 제도 고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혜국 대우정책은 고가 브랜드 의약품을 주요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국내 산업에도 간접적인 충격이 예상된다. 글로벌 제약사의 수익성 악화는 기술 도입과 R&D 투자 축소로 이어질 수 있으며, 반대로 제네릭·바이오시밀러는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딜로이트는 “국내 제약사는 MFN 정책의 구조적 파급을 면밀히 분석하고, 가격 경쟁력 제품과 고부가 신약 개발을 병행하는 균형 전략이 필요하다”며 “약가 협상에서 위험분담제 등 유연한 대응력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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