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강세에 주요국 통화가치가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은 급상승한 가운데, 하루 평균 변동폭도 크게 늘어났다. 

한국은행이 13일 내놓은 ‘2025년 10월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으로 달러인덱스는 99.4까지 상승했다. 달러인덱스는 유로, 엔, 파운드, 캐나다 달러, 스웨덴 크로나, 스위스 프랑 등 6개 통화 대비 미 달러화의 평균 가치를 나타내는 지수다. 

달러인덱스는 지난 9월말(97.8)에 비해 1.7% 상승했다. 지난 10월 미국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매파적(긴축에 치우친) 메시지가 나오면서, 달러화 가치가 강세를 보인 결과라고 한은은 풀이했다. 

당시 미 연준의 금리인하는 예상에 부합했으나 파월 의장이 12월 인하에 대해 확정된 바 없다고 발언한 사실과, 금리동결 소수의견이 존재했다는 점이 매파적으로 평가됐다. 통화긴축에 가까운 매파적 의견은 달러 강세를 유발할 수 있다. 

같은 기간 달러화에 비해 영국 파운드화의 가치는 2.1% 하락했다. 유로화 역시 1.3% 하락했는데, 프랑스의 정치 불확실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프랑스 하원은 초부유층에 대한 자산세 도입안과 사회당의 완화 수정안을 모두 부결한 바 있다.

반면 일본 엔화는 일본 통화당국의 비둘기파적(완화에 치우친) 발언에 약세를 보였다. 우에다 일본은행 총재는 임금과 물가의 선순환이 지속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으며,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억제에서 뒤처질 위험은 크지 않다고 언급했다. 

신흥국 통화는 나라마다 추세가 엇갈렸다. 중국 위안화는 같은 기간 달러대비 환율에 큰 변화가 없었다. 대만 달러화는 1.8% 하락했는데, 엔화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 전반의 약세 흐름에 동조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튀르키예 리라화는 1.5% 하락하며 약세를 보였다. 튀르키예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9월에 이어 10월 추가 인하한 결과다. 남아공 란드화는 금 등 원자재 가격 상승 및 대규모 무역수지 흑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0.7%의 강세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은 13일 장중 한때 1470원대를 기록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11일 기준 환율은 1463.3원으로, 9월말(1402.9원)에 비해 가치가 4.1% 하락했다. 같은 기간 원화의 100엔 대비 가치는 0.2% 하락했고, 위안화 대비 가치는 4.2% 하락했다. 

한은은 원달러 환율이 매파적으로 평가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와 그에 따른 미 달러화 강세, 다카이치 내각 출범 이후 재정·통화정책 기대 변화로 인한 엔화 약세,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 지속 등의 영향으로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다카이치 내각 출범에 따른 재정지출 확대는 일본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 유지 전망과 맞물릴 경우 엔화 약세를 유발할 수 있다. 

환율상승과 함께 환율의 변동성도 확대됐다. 10월 중 원달러 환율의 하루 평균 변동폭은 5.6원을 기록했다. 8월 5.8원에서 9월 3.9원까지 낮아졌던 변동폭이 한달만에 다시 5원대로 상승한 것이다. 

하루평균 변동률은 10월 들어 0.39%로, 8월(0.42%)보다는 낮지만 9월(0.28%)보다는 상승했다. 

원화의 평균 변동률은 러시아 루블화(0.84%)와 엔화(0.49%)보다는 낮았지만, 유로화(0.27%), 달러화(0.27%), 파운드화(0.28%) 보다는 높은 수준이었다. 

10월중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자금은 순유입 규모가 22.9억달러로 9월(91.2억달러)보다 규모가 줄었다. 채권(7.2억달러 감소)에서 특히 변화가 컸다. 

주식자금의 경우 10월 들어 30.2억달러를 기록하며 글로벌 AI 투자심리 지속 등으로 6개월 연속 순유입이 이어졌다. 6월과 7월 20억달러를 웃도는 수준에서, 8월 1.8억달러까지 감소했으나 9월 43.4억달러로 급상승한 뒤, 10월 들어 유입 폭이 줄었다. 코스피 지수가 급상승하는 상황에서 차익실현이 발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