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ESG 관련 인증획득이나 관리체계 관련 지표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ESG 평가점수는 오히려 떨어졌다. 산업재해와 개인정보 유출 등에 대한 대응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확인하게 된다. 

이런 모순적인 결과는 ESG 평가기관 서스틴베스트가 최근 국내 1299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올해 하반기 ESG 평가에서 나타났다. 

사회(S) 영역의 지표 중 하나인 관리체계 인증보유 비율을 보면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이 54.1%, 정보보호시스템이 32.0%로 각각 1년전보다 15.5%p, 8.8%p 상승했다. 협력사 ESG 관리도 강화되는 추세로, 공급망 ESG 평가를 실시하는 자산 2조원 이상 대기업 비율은 1년전 49.9%에서 이번 조사결과 55.6%로 늘었다. 

그러나 산업재해로 인한 점수 차감 건수가 148건으로 1년전보다 60건이나 늘었다. 현대건설, 현대차, 포스코이앤씨 등은 본사나 계열사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로 최대 60점의 차감이 발생했다. 

서스틴베스트 류영재 대표는 “관리체계의 양적 확대가 곧 성과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며, “겉으로 보이는 ESG에만 치중할 경우 현장 안전관리의 실효성을 약화시키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산업재해와 정보보호는 기업의 핵심 ESG 리스크이기 때문에 관리체계 도입만으로는 충분한 예방과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며, “투자자는 이제 관리체계가 있는지보다 그 체계가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 따라서 기업은 정량적 성과 공시 확대를 넘어, 현장에서의 실행력을 보여 주는 구체적인 운영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재나 정보보호의 영향은 자칫 대규모 사고가 발생한 소수의 기업들만의 문제로 비칠 수 있다. 대규모 붕괴사고가 발생한 건설사들의 실적 악화나, 개인정보 등이 대규모로 유출된 통신사·카드사에서 막대한 비용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사건의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ESG에 문제가 있는 기업이란 인식이 퍼질 경우 경영이나 투자에서 부정적인 지표가 발생한 사례는 많다. 대한상의가 만 17~28세 사이 이른바 Z세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기업의 비윤리적 행위나 ESG 관련 부정적 이슈로 구매를 중단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63.7%에 달했다. 부정적인 ESG 이슈에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례는 이미 다양한 각도로 확인할 수 있다. 

물론 ESG 경영 강화를 위해 인증을 획득하거나 시스템을 도입하는 대응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라 장려할 만하다. 그러나 관리체계를 도입하는데 그치지 말고, 실제로 운영을 제대로 해서 산업재해나 개인정보 유출을 방지해야 ESG 경영의 효과를 기업 스스로가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손실을 방지한다는 방어적인 관점보다는, 외부로부터의 투자와 직결될 수 있다는 관점 하에 적극적인 ESG 경영을 펼치는 기업들이 경쟁에서 보다 앞서나갈 수 있을 전망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