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가까워지면 지방자치단체들은 기업유치 실적을 앞세워 알린다. 하지만 지역에 기업을 데려오는 것만으로 인구가 늘고 산업 생태계가 살아난다는 공식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많은 지역에서 기업보다 사람이 먼저 떠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정책학회보 2024년 연구에 따르면, 비수도권 지방정부의 청년정책이 청년인구 유출 감소에 영향을 미치지만, 그 핵심 요인은 ‘일자리 단순 지원’보다 교육·주거·생활 인프라가 결합된 정주 여건으로 나타났다. 기업을 ‘데려와도’ 청년이 머물 여건이 부족하면 인력난이 그대로 반복된다는 의미다.

실제 강원지역 청년 2500여 명을 조사한 연구에서도 자연환경, 주거 접근성, 문화·교통 인프라 등 생활 여건이 청년의 정주 의사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산업이 아니라 생활환경이 이동 여부를 결정한다는 분석이다.

현장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들린다. 지방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중소기업 기숙사 임차료를 지원하는 사업에 대해 연구한 지방행정연구원의 사례 보고서를 보면, 지자체 인센티브보다 ‘직원 주거 안정’이 인력 유입에 훨씬 효과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 대표들 역시 기업 지원금보다 직원의 생활 인프라 개선이 더 절실하다고 증언한다.

정부도 이런 상황을 인식해 인구감소지역 지원정책에서 정주여건 개선을 핵심 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인구감소지역에 대해 교육·생활 인프라 확충과 주거환경 개선을 주요 지원 분야로 지정했다. 그러나 실제 예산 배분은 여전히 공단 조성, 기업 인센티브 등이 중심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많다.

결국 기업 유치 중심의 전략만으로는 지역의 인구 이탈을 막기 어렵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와 현장 경험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지방 균형발전은 기업이 아니라 사람이 중심이 될 때 지속성을 갖는다. 기업유치 실적만으로는 지역이 살아나지 않는다. 청년이 머물 수 있는 주거와 교육, 생활 인프라가 갖춰질 때 기업도 정착할 수 있다. 균형발전의 방향은 이미 여러 연구에서 분명히 제시됐다. 이제 필요한 건 정책이 그 사실을 실행으로 옮기는 일이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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