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초 원달러 환율 1050원이 무너지자, 환율 하락에 따른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급기야 7월2일에는 원달러 환율이 1007.5원을 기록했다. 1010원선이 무너진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이후 6년만이다. 8월5일에도 원달러 환율은 1028.2원에 장을 마치면서 1050원 수준을 여전히 밑돌고 있다.

여기에 하반기 환율 역시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헤지전략 수립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지난달말 산업연구원(KIET) 발표에 따르면 제조업체 10개사 가운데 7곳 이상은 원화강세로 기업활동에 영향을 받고, 4곳은 상당한 지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선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원달러 환율 1010원선이 무너진 지난달 2일까지 최근 1년간 환율 추이   ©중기이코노미

지난 6월 한국무역보험공사가 무역보험을 이용하고 있는 수출 중소·중견기업 359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환위험 관리실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시점인 지난 5월 당시 수출기업의 원화기준 수출액과 수출원가가 일치하는 손익분기점 환율은 원달러의 경우 1055원으로 조사됐다.

시장환율이 손익분기점보다 크게 낮았지만 중소기업들의 환위험 관리 실태는 부실했다. 응답기업의 74%가 “환위험 관리를 전혀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환율 변동성 예측 불가”가 31%로 가장 많았고, “적절한 방법을 모름”(21%) “전문인력 부족”(13%) 등이 뒤를 이었다.

환율하락 대책으로는 “수출단가 인상”(28%) “원가절감 및 품질향상”(27%) “대책마련 미비”(26%) “환리스크 관리”(17%) 순으로 답변했다.

환율하락 추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지난 7월 무역보험공사와 무역협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하반기 환율전망 및 환리스크 관리전략’에서 한국씨티은행 주상하 상무는 “현장에서 느끼기에는, 달러가 정말 많다”며 “(원달러 환율의) 하반기 흐름은 아래쪽이며, 속도는 완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LG경제연구원도 이달 5일 보고서를 통해 “국내 경제의 외화 건전성과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원화가 절하압력 속에서도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달러 환율이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상승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하락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말 1050원선까지 떨어진 뒤 상승 반전해 2월초와 3월 한때 1080원대까지 올랐다. 1월 들어 미국이 양적완화의 축소를 단행하고, 2월 신흥국 금융위기 등이 영향을 미친 탓이다.

특히 3월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옐런 의장이 조기 금리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며 환율에 영향을 미쳤다. 이후 급속도로 하락한 원달러 환율은 마침내 지난 4월, 5년8개월만에 1050원 아래로 떨어졌다. 5~6월 경에는 1015~1020원 사이에서 지지선이 형성된 모양새를 보였지만, 6월말부터 1010원 선에 근접했고 7월들어 마침내 1010원 선이 무너졌다.

이같은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씨티은행 주상하 상무는 전망했다. 원달러 환율 하락이 전망되는 이유는, 우선 미 연준의 조기 금리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약화되고, 중국의 미니부양책과 함께 안전자산 선호경향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무역보험공사와 무역협회가 공동으로 지난달 개최한 ‘하반기 환율전망 및 환리스크 관리전략’ 세미나.   ©중기이코노미

이와 함께 한국의 경상수지 호조세가 지속되는 것 역시 환율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지나치게 크면, 환율이 지나치게 높은 것 아니냐는 국제사회의 압력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에 외환당국의 환율 개입이 어려워진다. 주 상무는 “한국의 올해 경상수지는 400~500억달러 규모가 될 것”이라며 “한국 외환당국이 환율하락을 막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국내 경제의 성장세와 외국인의 국내 주식 및 채권 순매수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 신흥시장으로부터의 자금유입이 기대된다는 점도 환율하락에 영향을 미친다.

반면 하반기 환율이 상승할 수 있는 요인을 찾아보면, 원화의 강한 펀더멘털이 최근 원화급등에 선반영된 바 있고, 외환당국이 추가하락을 쉽게 용인하지 않고 개입할 수도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 하반기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 예상과 맞물려 달러화의 상승시도가 재개되는 것도 가능하다.

국내 요인을 보면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해외 직접투자나 증권투자가 확대되는 등 자본부문의 외화유출이 상당한 편이라는 점도 환율 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북한 리스크로 인해 위험회피현상이 발생할 경우 역외 위주의 매수세가 강해지는 것도 가능하다.

주 상무는 특히 “외환당국이 과거에는 일정 환율을 저지선으로 삼는 식의 시장개입을 해왔지만, 최근에는 특정 저지선을 두지 않고 급격한 변화를 완화하는 수준으로 행동하고 있다”며 환율하락이 지속되지만 추이는 완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