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고든스빌 지역에 총 10조9500억원(약 74억3000만달러) 규모의 통합 비철금속 제련소를 건설하는 ‘크루서블 프로젝트(Crucible Project)’를 추진한다. 이 프로젝트는 2027년 착공해 2029년 상업 가동을 목표로 한다. 연간 54만톤 생산 능력을 갖춘 제련소에서 아연·연·구리·금·은과 안티모니·게르마늄·갈륨 등 전략 광물 13종을 생산하는 것이 골자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자금 조달과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를 위해 미국 현지 합작법인인 Crucible JV LLC를 대상으로 약 2조85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도 결의했다. 발행 신주 수는 보통주 220만9716주로 기존 주식 수의 약 12%에 해당하며, 발행 가액은 주당 129만133원으로 기준 주가 대비 약 9.8% 할인된 수준이고, 신주는 1년 보호예수 조건이 붙는다.

이 프로젝트는 중국 비중이 큰 글로벌 핵심 광물 공급망에서 탈피하려는 미국의 공급망 재편 전략 속에서 추진되며, 고려아연이 미국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미국 상무부와 전쟁부(국방 당국)의 직접적인 지원과 참여가 이뤄지는 만큼, 단순 민간 투자를 넘어 한·미 경제 안보 동맹을 상징하는 자산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이번 계약을 두고 “테네시에서 추진되는 고려아연의 프로젝트는 미국의 핵심광물 판도를 바꾸는 획기적인 딜(transformational deal)”이라며 “이를 통해 미국은 항공우주·국방, 반도체,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자동차, 산업 전반, 국가안보에 필수적인 13종의 핵심·전략 광물을 대규모로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최첨단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통해 우리는 핵심광물을 대량으로 국내에서 생산함으로써 외국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국가안보와 경제안보를 단호하게 강화하게 된다”며, “구체적으로 미국은 고려아연의 생산 확대분 중 일부에 대해 우선적 매수권한(preferred access)을 갖게 된다”고 덧붙였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최윤범 회장 측과 경영권 분쟁 중인 영풍·MBK 연합은 이번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경영권 방어를 위해 회사의 주주가치를 훼손하고 아연 주권을 포기하는 배임 행위”라고 규정하고,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소송을 즉각 제기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이번 크루서블 프로젝트와 유상증자는 미국의 공급망 전략과 한·미 경제안보 협력, 그리고 국내 경영권 분쟁이라는 세 축이 맞물린 이슈로 향후 법원 판단과 시장 평가에 따라 파장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대규모 해외 투자와 지분 희석 효과가 동시에 발생하는 만큼, 프로젝트 수익성과 주주가치 보호 사이의 균형이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김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