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Warner Bros. Discovery, WBD)가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Paramount Skydance)의 1,084억 달러 규모의 적대적 인수 제안을 거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BBC 보도에 따르면, WBD 이사회는 파라마운트가 주주를 상대로 진행 중인 공개매수(tender offer)에 대해 “수용하지 말라”는 권고안을 이르면 현지시간 17일경 제시할 예정이다.​

파라마운트는 WBD 보통주 1주당 30달러 현금으로 제시하며, 이는 넷플릭스가 제시한 27.75달러(기업가치 약 827억 달러) 조건보다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WBD 이사회는 밸류에이션·딜 구조·규제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넷플릭스와 이미 합의한 720억 달러 규모의 스튜디오·스트리밍 자산 매각 계약이 “가치와 확실성 측면에서 더 우월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WBD가 파라마운트 제안을 부담스러워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금조달 구조와 부채 부담이다. 파라마운트는 거래 성사를 위해 약 540억 달러의 신규 부채를 활용하는 구조를 짜놓았지만, 장기 조달금리에 상한(캡)을 걸지 못한 상태라 금리·시장 여건 변화에 따라 이자비용이 크게 불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파라마운트 측의 주요 금융파트너였던 재드 쿠슈너 계열 사모펀드 ‘어피니티 파트너스(Affinity Partners)’가 최근 투자 참여 철회를 공식화하면서, 전체 딜에 대한 금융 안정성에 의문이 커진 상태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부펀드 자금이 일부 뒷배로 거론되면서 정치·규제 리스크까지 겹쳐 WBD 이사회가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WBD는 넷플릭스와의 우호적 거래를 통해 영화·TV 스튜디오와 HBO·스트리밍 사업을 넘기는 720억 달러 규모 계약을 우선 추진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파라마운트의 제안은 CNN·케이블 네트워크까지 포함한 ‘전사(全社) 인수’이자 경영진과 이사회 승인 없이 직접 주주에게 제시된 적대적 입찰이라는 점에서 구조가 크게 다르다.​

이번 거부 방침이 공식화될 경우, 파라마운트는 인수가격 상향, 자금조달 구조 보완, 정치·규제 설득 전략 강화 등 추가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동시에 WBD–넷플릭스 간 딜이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넷플릭스는 해리포터·배트맨·왕좌의 게임 등 워너의 대표 IP와 방대한 라이브러리를 확보해 스트리밍 시장에서 지배력을 한층 강화하게 돼, 글로벌 미디어·콘텐츠 산업 재편 속도가 더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중기이코노미 김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