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는 오라클(Oracle)의 대규모 데이터센터 투자 협상이 결렬되면서, 기술주를 중심으로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전일 대비 0.47% 하락했고, S&P500지수는 1.16%, 나스닥지수는 1.81% 떨어져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오라클은 약 100억달러(약 13조7000억원) 규모의 1GW급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었으나, 주요 파트너인 블루아울캐피털(Blue Owl Capital)이 투자에 참여하지 않기로 하면서 협상이 무산됐다. 업계는 오라클의 AI 인프라 투자 급증으로 인한 자금조달 비용 상승과 수익성 악화를 결렬 배경으로 보고 있다.

이 소식 이후 오라클 주가는 5.4% 급락했고, 엔비디아(-3.8%)와 브로드컴(-4.5%) 등 AI 반도체 관련주도 동반 하락했다. 시장은 오라클 이슈가 AI 투자 과열 우려의 ‘바로미터’로 작용하며 투자심리를 악화시켰다고 평가했다.

한편 아마존은 오픈AI에 100억달러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며, 자사 칩 ‘트레이니움(Trainium)’을 활용한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오픈AI의 칩 조달망 다변화와 엔비디아 의존도 축소를 겨냥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날 시장에서 주목받은 마이크론(Micron)은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136억달러(컨센서스 129억달러), 조정 EPS는 4.78달러(컨센서스 3.95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2026 회계연도 2분기 가이던스는 매출 187억달러, EPS 8.42달러로, 시장 예상치(매출 143억달러, EPS 4.71달러)를 크게 상회했다. 이에 따라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는 8% 급등했다.

현재 시장은 오라클 악재와 마이크론 호재가 혼재된 가운데 명확한 방향성을 잡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18일(한국시간) 발표 예정인 미국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전년 대비 3.1%)와 일본은행(BOJ) 통화정책회의 결과가 시장 예상에 부합할 경우, 불확실성이 완화되며 투자심리 회복 가능성도 제기된다.

18일 국내 증시는 오전 9시 44분 기준 코스닥, 코스피 모두 약 1% 하락세로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마이크론 호실적이 이를 일부 상쇄하며 장 후반 낙폭을 줄이는 흐름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이날 오전 11시(한국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이 예정돼 있다. 주제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최근 경기둔화 및 물가 우려에 따른 지지율 하락을 고려할 때, 경제성과와 내년도 국정과제를 중심으로 한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중기이코노미 김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