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B사가 개최한 사진공모전 이벤트에 응모했으나 수상작으로 선정되지 못했다. 그 후 B사는 A씨가 응모한 사진을 포함해 공모전을 통해 수집한 응모작품들로 전시회를 개최했다. A씨가 B사에 사진도용을 항의했으나, B사는 “응모작에 대한 권리는 주최기관에 귀속된다”는 공모전 약관조항을 이유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C씨는 D출판사가 개최한 소설공모전에 입상해 상금을 수령했다. 그 후 D출판사는 C씨가 출품한 소설을 책으로 출간했으나 C씨에게는 어떠한 대가도 지급하지 않았다. C씨는 D출판사에 소설출판을 항의했으나, D출판사도 “수상작에 대한 일체의 권리는 주최기관에 귀속됨”이라는 공모전 약관조항을 이유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이처럼 공모전을 주최하는 사업자가 응모자의 아이디어를 부당하게 탈취·유용하는 등 지식재산권 관련 피해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특허청이 지난해 1월부터 11월사이 개최된 아이디어와 기술 관련 공모전 201건을 분석한 결과, 주최측이 응모된 아이디어에 대한 권리를 가져가는 경우가 4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아이디어 제안자가 아이디어에 대한 권리를 갖도록 명시한 경우는 18%에 불과했다. 제안자와 주최측이 함께 권리를 갖는 경우는 2%였으며, 권리규정이 아예 없는 경우도 33%에 달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롯데쇼핑 등 4개 민간기업과 한국전력, 도로공사, 주택금융공사 등 11개 공공기관이 지난해 개최한 31개 아이디어 공모전 약관의 약관법 위반 여부를 점검해 지식재산권 귀속·사용 관련 불공정약관조항을 시정했다고 7일 밝혔다.

공정위 적발 주요 공모전 약관

<자료=공정위>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3월 ‘Next Generation Car 스토리텔링 공모전’을 개최하면서 “응모작의 모든 권리는 당사로 이양됩니다”라는 약관을 적용했다가 해당 내용을 “응모작에 대한 지식재산권은 응모자에게 있습니다”로 고치라는 시정명령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휴먼테크 논문대상’을 개최하면서 “삼성전자는 홍보용 수상 논문집 CD 제작을 위해 제한적 출판권을 소유함”이라는 약관을 적용했다가 해당 내용을 삭제하라는 시정명령을 받았다.

이처럼 조사대상인 15개사의 31개 공고전 모두에서 응모작 또는 수상작에 대한 일체의 권리는 주최기관에 귀속되는 것으로 규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약관은 모두 “응모작(또는 수상작)에 대한 일체의 권리는 응모자(또는 수상자)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시정조치됐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공모전 주최 사업자가 응모자의 응모작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대가 지급없이 양수한다는 내용이므로 응모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하다”고 밝혔다. 또 “수상작에 대해 지급되는 상금·상품 등의 수상혜택도 원칙적으로 수상작에 대한 권리양수에 대한 대가를 미리 정한 것으로 보기는 어렸다”고 지적했다. 수상혜택은 기본적으로 사업자가 공모전에 대한 다수 고객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지급하는 ‘포상금’ 내지 ‘격려금’ 성격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수상작을 주최기관이 제한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한 사례도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한국국제협력단은 코이카건축디자인공모전 약관에 “선정된 아이디어는 한국국제협력단에서 활용할 수 있으며, 이와 관련하여 사용권한을 양도하는 것으로 간주합니다”라는 규정을 넣었다. 또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방사성폐기물관리 대학생 경진대회 약관에 “수상작은 공단에서 활용할 수 있으며, 필요시 수정 혹은 변경하여 사용 가능”이라는 규정을 넣었다.

 
이들 약관은 “응모된 작품에 대한 저작권은 응모자에게 있음”과 “향후 필요한 경우 응모작에 대한 저작재산권 중 일부를 양수하거나 이용허락을 받을 수 있으며, 이 경우에는 저작자와 별도로 약정하여 정함”으로 시정됐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지적된 약관들은) 공모전 주최 사업자가 수상작을 사용 범위 제한없이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므로 수상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하다”며 “수상작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수상자로부터 지식재산권을 양수받거나 사용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특허법·실용신안법·디자인보호법 상의 ‘전용·통상실시권’, 저작권법 상의 ‘저작물의 이용허락’ 등의 규정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만일 대가 지급이 없더라도 수상작의 사용 범위가 구체적으로 특정되고, 그 사용 범위가 공모전 개최 목적이나 일반적인 거래관행 등에 비추어 적정하다면 불공정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공모전 홍보에 이용하거나, 입상작을 전시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가이드라인이 정한 약관 및 불공정약관 예시

<자료=특허청>

공모전 아이디어의 보호를 위해 특허청은 지난해 12월 ‘공모전 아이디어 보호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가이드라인은 창업아이템 공모전, 발명대회, 앱 공모전 등 각종 아이디어 공모행사 모두에 적용된다. 중앙행정기관과 지자체, 공공기관 등 공공부문은 올 1월부터 우선 적용되며 민간은 자율적으로 확산되도록 할 계획이다. 지난 4월에는 ‘아이디어 창출·보호·활용 시책 설명회’를 개최해 가이드라인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권고사항인 가이드라인이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에 대비해, 특허청은 가이드라인보다 응모자에게 불리한 공모전 약관에 대해서는 공정위의 불공정약관 심사대상에 포함되도록 공정위와 협의하기도 했다.

가이드라인은 응모된 아이디어에 대한 권리를 제안자에게 귀속되도록 명문화했다. 특허법 등 지식재산 제도의 기본원칙에 따른 것이다.

또 주최측은 아이디어 제안자가 응모한 아이디어를 보호할 수 있도록 특허 등 지식재산권 획득에 관한 사항을 공지하도록 했다.

현행 특허법은 아이디어에 대한 설명, 시연, 발표, 책자나 리플렛 등의 배포, 박람회 전시 등을 할 경우 12개월 이내에 특허출원을 하지 않으면 아이디어가 공공의 소유가 된다. 뒤늦게 특허 등을 출원하더라도 이미 공공에 공개된 아이디어라는 이유로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가이드라인은 이같은 특허법 규정을 공모전 주최측이 사전에 공지해 응모자들에게 알리도록 의무화했다.  

응모자에게 응모 철회나 아이디어의 반환 권리가 있다는 점도 규정했다. 응모자가 자료 반환을 요구할 경우에는 이에 응해야 하며, 응모철회를 요청할 경우 주최측은 아이디어 관련 자료를 폐기해야 한다고 정했다.

주최측이 응모한 아이디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응모자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도 규정했다. 주최측이 응모자로부터 아이디어 구매를 원할 경우 공모전 결과 발표 후 4개월 간 우선협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주최측의 권한을 제한하면서 제안자에게는 선택권을 강화한 것이다.

공정위는 이번 약관 시정에 대해 “공모전 응모작품에 대한 권리를 정당한 권리자인 응모자에게 귀속시키고, 지식재산권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지는 거래관행이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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