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사진=뉴시스>

지난 13일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글로벌지원센터 현판식을 연 뒤 윤상직 산업통장자원부 장관과 현장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중기중앙회는 중소기업 현안과 애로과제를 공개하고 개선을 건의했다.  

이 자리에서 나온 20가지의 건의사항 중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에 대해 R&D 세액공제를 늘려달라”는 주장이 눈길을 끈다. 중기중앙회는 “투자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이 시급한 상황에서 자체 R&D 조달 능력이 충분한 대기업보다는 중소·중견기업의 R&D 투자활성화가 우선적으로 요구되고 있다”며 “중소·중견기업의 연구개발 투자확대를 유도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윤상직 산업부 장관은 지난 2013년 4월 중기중앙회와의 간담회에서 이미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에 대한 R&D 세액공제를 늘리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1년이 지난 간담회 자리에서 또다시 R&D에 대한 세액공제를 늘려달라는 주장이 나온 이유는 정부의 세법개정안에서 R&D 확대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부는 R&D 관련 세액공제를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해 개정 세법에 반영시켰다.

R&D 등 시설투자 세액공제 정부 개정안 및 최종안 비교

<자료=기획재정부>

정부의 2013년 세법개정안을 보면 ‘R&D비용 세액공제’의 공제율을 높여준다는 계획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

심지어 R&D설비와 에너지 절약시설, 환경보전시설에 대한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은 현행 10%에서 대기업 3%, 중견기업 4%, 중소기업 5%로 축소하는 방안이 추진됐다. 국회 통과 과정에서 중소기업은 현행 10% 유지, 중견기업은 정부안보다 인하폭을 1%p 줄인 5%, 대기업은 3%로 확정됐지만, 정부안은 중소기업을 포함해 모든 기업의 R&D 등 설비투자 세액공제를 대폭 감소시키는 것이었다.

부족한 세액공제마저 대부분 대기업 편중

현행 R&D비용 세액공제율은 중소기업이 최대 25%, 중견 1~3년차는 15%, 중견 4~5년차는 10%, 6년차 이상이며 매출액 5000억원 미만인 중견기업은 8%가 적용되고 있다.

중기중앙회의 요구는 중소기업에 대해 30%, 중견기업에 대해 10~20%의 세액공제율을 적용하라는 것이다.

현재 R&D 세액공제 활용현황을 보면, 중소기업은 1만2826개 업체가 세액공제를 받고 있으며 금액은 9192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기업 1038개 업체가 받는 1조3920억원에 비해 4700억원 가량 적은 수준이다.

이같은 공제액의 차이는 R&D 세액공제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세액공제 혜택이 대기업에 집중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국정감사에서 나왔을 정도다.

홍종학 민주당의원이 지난 2013년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법인세 공제감면액 상위 10개 항목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1년도 한 해만 재벌기업이 ▲임시투자 세액공제(현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의 76%(2조367억원)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의 51%(1조1824억원) ▲외국인투자기업 증자의 감면 중 84%(3991억원) ▲에너지절약시설투자 세액공제의 82%(3135억원) ▲연구인력개발설비투자 세액공제의 82%(872억원) ▲환경보전시설투자 세액공제의 84%(567억원) ▲생산성향상시설투자 세액공제의 70%(419억원) ▲해외자원개발사업자지원 세액공제의 96%(379억원) ▲외국인투자지역 내외국인투자감면의 20%(299억원) 등 총 5조4631억원을 챙겨간 것으로 밝혀졌다.

<자료=홍종학의원실>

상호출자제한집단에 포함되는 재벌기업들은 전체 법인의 0.3%인 1521개사에 불과하지만 이들 기업들이 받은 공제감면액은 전체 공제액 9조3314억원의 절반이 넘은 58.5%에 달한 것이다.

반면 중소기업은 연구개발비 세액공제(39.8%)와 임시투자 세액공제(10.7%)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항목에서 한 자리수의 비중을 차지할 뿐이었다. 전체 세액공제에서 중소기업의 비중 역시 29.1%에 불과했다.

홍 의원은 “비과세 감면 제도의 목적이 고용창출과 중소기업 지원인데 이번 자료를 통해 재벌기업의 특혜로 전락했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이번 박근혜 정부 첫 세제개편안에서 발표한 비과세 감면 폐지, 개편의 대상이 되는 항목은 총액이 미미한 규모로 세수 확보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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