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2일 중소기업연구원이 발표한 ‘최근 중소제조업 주요 위상지표 변화 원인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제조업 사업체 수는 2012년 현재 11만5500개로 2007년보다 3000여개 감소했다.
연간 추이를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11만1957개로 대폭 감소한 뒤 매년 완만하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에 비해 낮은 회복세를 보이면서 전체 제조업체 중 중소기업의 비중은 0.1%p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사자수 역시 2007년 220만명에서 2008년 213만5000여명으로 크게 감소한 뒤 매년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전체 제조업 종사자 중 중소기업 비중은 2007년 76.9%에서 2012년 76.4%로 0.5%p 감소했다. 같은 기간 대기업의 비중은 23.1%에서 23.6%로 높아졌다.
중소제조업 사업체수 및 종사자수 변화
<자료=중소기업연구원>
생산액과 부가가치 역시 중소기업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중소제조업의 생산액은 481조6000억원으로 전체의 48.7%를 차지했으나, 2012년에는 717조2000억원으로 전체의 45.7%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총생산액에서 중소기업 비중이 3%p 감소한 것이다.
제조업 부가가치의 경우 2007년에는 중소기업 비중이 50.6%로 대기업보다 1.2%p 많았으나, 2007년에는 47.7%로 대기업보다 4.6%p 뒤쳐졌다.
중소제조업의 연평균 임금 역시 격차도 확대되고 있다. 2008년 당시 중소제조업의 평균임금은 223만원으로 대기업에 비해 179만원 적었지만, 2013년 들어 차이가 243만원까지 벌어졌다.
중소제조업 평균임금 변화
<자료=중소기업연구원>
수출실적 중 중소제조업의 비중 역시 감소 추세다. 제조업 수출실적 중 중소기업 비중은 17.2%로 2009년의 21.1%에 비해 3.9%p 줄어들었다. 중견기업의 비중 역시 0.1%p 감소했으며, 대기업 비중은 4.2%p 증가했다.
보고서는 이같은 중소기업과 대기업간 격차 확대의 원인을 찾기 위해 1998년부터 2007년 사이 10년간 OECD 회원국들의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중소기업 위상의 변화는 경기변동과 혁신능력, 임금격차 등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우선 중소제조업의 R&D 비중이 높을수록 중소제조업 사업체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중소제조업의 임금비중이 높을수록 중소기업 종사자 수가 많은 것으로 추정됐다. 보고서는 “대·중소기업 임금격차의 확대가 중소제조업의 영세화를 초래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경기가 좋을수록 중소제조업의 비중과 종사자 비중이 확대된다고도 추정했다. 경기가 좋을 때 상대적으로 소규모 기업의 창업과 생존, 고용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반면 서비스 비중 등 장기추세적 요인이나 수출비중 확대는 중소기업의 위상변화와 큰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같은 실증 분석결과를 토대로 “최근 국내 중소제조업 주요 위상 변화는 기본적으로 경기요인이 작용한 가운데, 중소제조업 혁신능력 부진 및 대·중소 임금격차 확대 등에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경기요인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GDP 성장률이 상당히 둔화되면서 경기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중소제조업체의 위상지표에 보다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GDP 성장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0~2007년 사이에는 평균 4.9%였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8~2013년 사이에는 3.2%로 상당히 둔화됐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또 국내 중소기업 R&D 투자 비중이 OECD 평균보다 낮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경쟁력 향상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의 임금 수준의 경우 2002∼2007년 기간 중 평균 중소기업 임금 비중이 59.4%였으나, 2008∼2013년에는 평균 54.5%로 감소했다는 점을 들었다.
보고서는 이를 근거로 “중소기업은 내적 경제적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정부는 대·중소 불균형 성장을 완화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중소기업의 위상 변화는 구조전환 과정에서의 장기적·추세적 요인이 아닌 경기적 및 중소기업 내적(경쟁력) 역량 등의 요인에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중소기업의 R&D 투자 활성화 및 성공적 사업화를 유도하고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서 글로벌 경쟁력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내 중소기업의 기술경쟁력은 세계 최고 대비 75% 수준에서 정체돼 있고 제조 중소기업의 R&D 수행 비중은 여전히 30% 미만 수준이라며, 복잡한 R&D 지원 체계를 통합·개선하고, 단순 기술개발 중심이 아닌 R&D사업화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기술혁신 노력의 기업 유형에 따른 영향이 서로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생산성 및 경쟁력 향상을 위한 맞춤형 산업 및 기업 정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이와 함께 대·중소기업간 불균형 성장을 완화하기 위해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관행 및 지나친 기술, 인력 유출 등을 개선해 동반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1~2013년 사이 수급 중소제조업의 제조원가는 8.3%p 상승한 반면 납품단가는 0.6%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납품단가 합리화와 불평등계약·납품금액 확정방법상 불이익 등의 불공정거래 관행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사내 부설연구소를 보유한 중소기업의 42%가 핵심기술 및 인력의 대기업 유출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는 점을 들어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핵심인력을 빼앗아 유사한 경쟁업체를 설립하는 행위가 지속되고 있으며, 이에 대해 기술임치제도 확대 적용 등을 통한 제도적 보호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고급인력이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하는 현상을 타파시켜 현재 중소기업 생태계를 저해하는 ‘저임금→인력유출→임금하락’의 악순환 고리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보고서는 “경기하강 국면에서 대기업에 비해 중소제조업의 퇴출 리스크가 커지고 고용유지 능력이 약화된다는 점에서 정부의 적극적 경기 대응력이 강조된다”며 “경기하락에 따라 시장기능에 의한 한계기업의 자발적 구조조정도 필요하나, 경기가 정상화된 후 정부의 적극적 구조조정 의지가 보다 중요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경기 하강기에 경제여건 변화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에 대해 대내외 경제 환경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중소업체들이 자생력 및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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