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미술품은 고가이면서 ‘깜깜이 계약’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꺼려집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미술시장이 규모가 작기도 한 건가요! 게다가 최근 현대 미술은 이게 아름다운 건지 도통 잘 모르는 요상한 것들만 있지요. 내 눈에는 좋아 보여서 찜 했더니 요즘 트렌드가 아니라며 이런 건 이발소 그림이라고 작품성이 없다고 하지를 않나….(‘제도의 합의에 의한 해석’이 미술품 평가의 기준이 되면서 미술이 몇몇 사람들 특히 예술 엘리트의 전유물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죠. 현대 미술의 엘리트성에 관하여는 “예술은 더 이상 장식에 종사하지 않는다”라는 포스트를 추천합니다. http://ppss.kr/archives/23349)

이렇듯 대체 무슨 기준으로 작품을 골라야 하나, 10만원이면 될 것을 500만원이나 주고 사는 것은 아닌가, 사면 나중에 팔리기는 하는가 고민을 많이 합니다. 일단 미술품의 작품성은 별개로 하고, 미술시장에서 작품 거래 등의 계약 시 주의해야 할 것들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미술품의 일반적인 매매에 적용되는 법은 일반 동산(물건)의 거래와 별반 다를 것은 없습니다. 민법 특히 계약법 그리고 민법의 한 종류인 상법이 적용되죠. 미술품이 거래되는 방식은 작가로부터 직접 구매자가 사는 경우도 있고, 갤러리로부터 구매자가 구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들을 1차 시장이라고 합니다. 이 구매자가 다시 시장 즉 다른 갤러리나 경매에 작품을 내놓아 재판매가 이루어지는 경우를 2차 시장이라고 합니다. 1차 시장에는 주로 살아있고 평가가 완성되지 않은 예술가들의 작품을 거래하는데 비해 2차, 3차로 거래되는 시장은 대체로 이미 시장의 평가를 받아 거래가격이 형성된 유명 미술품이 많죠. 주식으로 치면 장외거래와 장내거래와 같다고 할까요.

1차 시장만 두고 보면 판매 행태는 우선 작가가 직접 생산과 판매를 하는 일반 매매가 있습니다. 그리고 작가가 생산한 작품을 중개인(갤러리 등)에 맡겨서 판매하도록 하는 위탁 매매가 있습니다. 2차 시장으로 가면 콜렉터가 판매하는 경우, 콜렉터 등이 경매에 내놓아 경매에서 판매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외의 대여, 도급, 전속, 전시계약, 무상증여 등도 있지요.

과연 어떤 법적 이슈가 있을까요? 몇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A. 고객으로부터 ‘이 작가 그림 한 점 사도록 하겠습니다’란 말을 듣고 갤러리가 작가에게 그림을 받아 준비했는데 나중에 고객이 잠수해 버렸네요!

B. 고객이 갤러리에서 유명 작가 작품을 샀는데 알고 보니 수십 년 전에 어떤 분이 도둑맞은 것이었습니다. 원 주인에게 돌려줘야 할까? 돌려준다면 내가 낸 돈은?

C. 갤러리에서 작품을 샀는데 가짜였다. 갤러리가 진품성에 책임이 있을까?

D. 어떤 딜러에게 작품 가격을 물어보니 못해도 2000만원 정도 할 것이라 하여 샀는데 나중에 팔고 보니 1000만원밖에 안 나갔다. 그 사람을 사기로 고소해도 될까?

E. 작품을 구매해서 집으로 배달 왔는데, 열어보니 파손되어 있었다. 갤러리에서는 제대로 포장해서 보냈다고 한다!

전형적인 민법상 문제들로 A는 계약체결의 문제이고 B와 C는 담보의 문제(보증의 문제)이며, E는 위험부담의 문제입니다. D는 형사적 사안도 되겠군요!

그렇다면 굳이 미술법이 별도로 있어야 할까요? 바로 지금부터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상관행’과 ‘딜러의 의무’ 등에 대한 국제적 관행들이 있기 때문에 일반적 매매, 위탁매매의 주의 의무나, 민법적 용어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 디테일의 차이입니다. 그래서 같은 사안인데 미국, 영국 판례가 다릅니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경우 우리나라 민법을 따르지만, 판례가 없는 사안에서는 해외의 사례를 따라야 하는데 국가별로 상관행이 달라 판례가 일관되게 정립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미술법 영역의 독자적 연구가 필요한 것이죠.

딜러·갤러리로부터 고객의 구매…미술거래의 법적 성격

딜러·갤러리로부터의 구매는 매매일까요 위탁매매일까요? 미술거래의 가장 많은 경우인 갤러리에서 그림을 구매하는 경우 작가로부터 직접 사는 것은 아닌데 매매일까요, 위탁매매일까요?

매매(賣買)란 당사자 일방이 재산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대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기는 계약을 말합니다(민법 제563조). 이에 비해 자기의 명의로서 타인의 계산으로 물건 또는 유가증권의 매매를 인수하는 것을 영업으로 하는 것을 위탁매매업(委託賣買業)이라 합니다(101조). 즉 위탁자의 계산 하에 위탁매매인이 스스로 계약당사자가 되어 물건의 판매와 매수를 하는 것이므로 위탁매매인은 그 행위의 결과인 권리·의무의 주체가 되는 것이나(102조), 그 행위의 경제적 효과는 타인(위탁자)에 귀속합니다. 미술품의 거래는 작가 → 갤러리·딜러 → 일반 소비자의 순으로 이어집니다. 그렇다면 작가 → 갤러리·딜러는 어떤 거래고, 갤러리·딜러 → 일반 소비자는 어떤 거래일까요?

작가 → 갤러리·딜러

주로 유럽에서는 갤러리가 미술가로부터 미술품을 구매한 후 나중에 고객에게 판매하는 방식(매매)을 쓰고, 미국 갤러리는 미술가가 갤러리에 미술품 매매를 위탁하여 위탁판매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유럽식 거래는 폴 뒤랑뤼엘(인상파), 다니엘 헤니 칸바일러(입체파) 등의 화상들이 작품들을 사 모아서 작가들 화파가 유명해지는 방식이죠.

그러나 우리나라 대부분의 유명 갤러리·딜러로부터의 구매는 위탁매매라 할 수 있습니다. 갤러리와 작가 간 거래의 형식이 매매냐 위탁매매는 차이가 있지요. 특히 재정적인 부분입니다.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위탁매매인 경우 작가와 수탁 갤러리 간에는 일정 의무가 발생합니다. 즉 작가 갤러리 간 위탁관계가 일반적인 미국에서는 차후 수익을 나누지 않을 매매 계약인 경우 반드시 작가에게 미리 고지해야 합니다. 이에 비해 매매는 작가와 갤러리 간 별도의 의무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즉 작가는 갤러리로부터 작품비용을 다 지불 받고, 갤러리에 작품을 판매하여 인도함으로써 법률관계가 종료하고, 갤러리가 미술품을 다시 판매함에 있어 미술가에 아무런 법적 의무를 가지지 않습니다. 이 경우는 갤러리에 재력이 충분할 때만 가능합니다.

작품의 소유권 보유의무도 차이가 납니다. 재판매는 소비자를 구하기 전에도 갤러리는 작품 소유권을 구비하고 있어야 합니다. 위탁은 소비자를 먼저 구한 후에 소유권을 이전 받아와도 상관없죠. 즉 재정적으로 매매는 많은 부담을 가지게 됩니다. 미국은 기본이 위탁매매라고 말씀 드렸죠. 미국 많은 주에서는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미술품이 갤러리에 배달되면 자동적으로 ‘위탁매매’ 관계가 성립합니다. 또한 작가 → 갤러리·딜러 관계는 전속으로 전부를 위탁하는 경우와 특정 몇몇 작품만 위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갤러리·딜러 → 소비자

소비자 입장에서는 갤러리가 매매를 하는 건지 위탁매매를 하는 건지 그다지 피부에 와 닿는 차이는 없습니다. 위탁매매를 하는 사람들은 생산자나 소매상으로부터 위탁을 받아 자신의 이름으로 위탁자를 위해 상품의 매매를 하고 일정한 수수료를 받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이름으로 매매를 하기 때문에 화상들은 매매상대방에게 책임을 지게 됩니다. 매매계약의 성립과 효력에 영향을 미칠 사유들 즉 착오나 사기의 존재여부, 상계의 주장 가능여부 모두 갤러리와 고객 간 존재하는 사유만을 기준으로 결정되며 갤러리와 미술가 사이의 내부관계나 고객과 작가 간 법적인 사유들 모두 매매의 효력에 영향이 없습니다.[LG전자 개인정보 Compliance Task 김별다비 변호사, curatorstud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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