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자금도 외면하는 창업 3~5년 ‘죽음의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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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자금도 외면하는 창업 3~5년 ‘죽음의 계곡’ 창업후 순이익 하강곡선…중진공 지원비율도 하락세

기사입력2014-08-20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업력별 정책자금 지원규모 현황

<자료=경제개혁연구소>

창업 후 순이익이 하강곡선을 그리는 이른바 ‘죽음의 계곡’에 들어선 창업 3~5년차 기업에 대한 정책자금 지원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경제개혁연구소가 2002년부터 2012년 사이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정책자금 지원경향을 분석한 ‘중진공의 중소기업 정책자금 지원추이와 그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중진공의 정책자금 중 43.18%가 창업 3년 이하의 기업에 지원된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 12년 이상 기업에는 25.50%가 지원됐으며 창업 4~7년의 기업에는 17.63%, 창업 8~11년 기업에는 13.70%가 지원됐다.

이같은 추이는 창업 3년차 이후 기업에게 순이익 하락 경향이 나타난다는 점과 동떨어진 모습이다.

지난 7월 중소기업청이 공개한 ‘창업기업 실태조사 발표’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전체 창업기업의 평균 순수익은 3년차까지 상승하다가, 4·5년차에 감소한 뒤 다시 상승하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 곡선 형태를 보이고 있다.

전체 창업기업의 평균 당기순이익은 1년차에 2억8000만원에서 3년차의 5억6000만원까지 상승곡선을 그리다가, 4년차에 3억7000만원으로 하락한 뒤 5년차에는 2억7000만원으로 창업 첫해보다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6년차부터 다시 당기순이익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경향은 특히 기술기반 창업에서 두드러졌다. 제조업과 지식서비스산업 등 기술기반창업의 경우 창업 1년차 당기순이익이 평균 8억3000만원으로 타업종에 비해 높았으나, 5년차의 경우 1억3000만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료=중소기업청>

창업 4년차 이후 기업의 형편을 도외시한 정책자금의 배분은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부족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경제개혁연구소 위평량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창업초기 기업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2010년부터 재차 강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업력별로 기업을 나눴을 때 전체 기업 숫자가 많은 그룹일수록 정책자금 지원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창업 1~3년차 기업에 대한 정책자금 지원비율은 2009년 27.11%를 기록한 뒤 매년 상승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4~7년차 기업에 대한 정책자금 지원비율은 2007년 18.92%를 기록한 뒤 2009년 21.45%로 상승했다 다시 감소하는 추세다.

보고서는 “창업초기 기업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정책자금 목적에 부합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업력 12년 이상 기업에 대한 지원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들며 “업력 12년 이상 기업은 시장에서 안정적인 생존기반을 닦았다고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보다는 생존기반이 더 취약하고 민간금융기관의 접근성이 더 어려운 기업들에 대한 지원방향을 강화시켜야 하는 것이 아닌지 고민해봐야 할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맥락에서, “죽음의 계곡”을 지나는 창업 4~7년차 기업에 대한 정책자금 역시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유추할 수 있다.

중소기업 정책자금 수요 및 지원결정비율 현황

<자료=경제개혁연구소>

보고서는 이와 함께, “중소기업의 정책자금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나 지원되는 비율은 오히려 낮아지고 있음어 정책자금의 확충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제언했다.

실제로 중소기업의 자금신청에 대한 지원결정 비율은 하락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결정 비율은 지난 2003년 88.94%를 기록한 뒤 2007년까지 89~92% 사이를 유지했으나, 2008년 85.08%를 기록한 뒤 2010년에는 74.37%까지 하락했다. 2011년 한 차례 80.14%로 반등했으나 2012년에는 다시 77.28%로 감소했다.

중소기업의 자금수요 규모는 2008년까지 점차 하락하는 추세였으나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증했고, 이후에도 2009년 이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지원결정금액은 2009년 한해를 제외하고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과 큰 차이 없이 유사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정책자금 수요는 증가했으나 지원결정금액은 수요에 맞춰 변화하지 않아 지원결정비율이 떨어졌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보고서는 “민간금융기관을 통한 중소기업 자금지원 여건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또한 각종 공적 보증제도 조건이 획기적으로 변화해 중소기업의 자금애로 상황이 타개됐다면 이해될 수 있는 상황이겠으나 이 같은 변화가 아직도 미흡하다”며, “정책자금 공급은 부족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점에서 중진공 정책자금 지원규모는 더욱 확충돼야 한다는 판단”이라고 제언했다.

이밖에 보고서는 “융자기간에 있어서도 미국(7~25년), 독일(10~20년), 일본(15~20년) 등과 같이 대폭적인 연장도 할 필요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담보대출 비율 역시 “부동산 담보대출 비율은 11년 평균 50%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정책자금으로서의 성격을 고려할 때 부동산담보 대출비율을 낮추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