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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과 사업 '싱크' 할 수 있다면…그것이 행복 아닐까요? 키스갤러리 김현성 대표

기사입력2014-08-23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키스갤러리 김현성 대표 ©중기이코노미

서울 지하철3호선 압구정역에서 현대고등학교 방면으로 나와 길 하나만 건너면 바로 신사동 가로수길에 접어든다. 신사역 방면을 통해 이 길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해외 명품 편집숍이지만, 현대고 방면에서 가장 먼저 맞아주는 것은 제법 규모있어 보이는 화랑 건물이다. 신사동 가로수길의 또다른 이름이 ‘신사동 화랑거리’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가로수길을 따라 걷다보면 이곳의 역사라 할 수 있는 예화랑도 눈에 띈다. 예술문화의 중심지였던 인사동을 떠나 80년대에 이곳으로 옮긴 예화랑은, 신사동 화랑거리가 자연발생적으로 조성된 시작점이라 할 수 있다.

임대료 부담이 커지고 상업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과거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가로수길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갤러리들을 적잖이 발견할 수 있다. 최근 새롭게 문을 연 키스갤러리 역시 가로수길에서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다.

군더더기 없이 정제된, KISS 갤러리

키스갤러리의 김현성 대표는 대학로 동숭동에서 운영중이던 ‘갤러리 192’를 최근 가로수길로 이전하면서 이름을 키스로 바꿨다. 사뭇 감각적인 느낌을 주는 이름이지만, 의미는 “Keep It Simple Sentence”라고 한다. 김 대표는 “군더더기 붙이지 말고 핵심 메시지만 전달하자는 의미다. 광고나 마케팅뿐만 아니라 창작에서도 적용되는 금언”이라며 의미를 설명했다. 많은 정보를 담고 싶지만 결국 한마디가 중요하고, 군더더기 없이 정제된 언어로 얘기하는 작품들을 전시하는 갤러리를 추구하겠다는 취지다.

김 대표는 “처음에는 구상이 좋았다. 사물, 자연이나 사실 그대로를 반영해내는 작품이 좋았는데, 최근에는 약간 추상성 있는 작품이 좋다”면서 “구상이든 추상이든 작가의 목소리가 잘 정리된 작품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키스갤러리의 이름은 “Keep It Simple Sentence”라는 의미다. 김 대표는 “군더더기 붙이지 말고 핵심 메시지만 전달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사진=키스갤러리>

그러나 키스갤러리는 특정 형태의 작품만을 전시하는 전문갤러리를 추구하지는 않는다. 김 대표는 “어느 갤러리는 팝아트를 전문으로, 어느 갤러리는 구상을, 어느 갤러리는 자연을 전문으로 정체성을 가져가기도 한다. 그러나 키스갤러리는 이런 전문갤러리를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장기적으로는 젊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작가들의 매니지먼트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의 유명한 작가들이 많이 있지만, “가능성에 투자한다”는 의미에서 젊은 작가들에게 시선을 때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작가의 매니지먼트를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김 대표는 갤러리가 작가의 매니지먼트를 하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을 “전속 작가”라고 본다. 갤러리가 작가의 생계를 책임지거나 작품을 꾸준히 매입하는 관계를 유지하면서, 홍보와 전시기획 등을 통해 작가를 키워내는 것이 전형적인 매니지먼트의 개념이다. 이런 매니지먼트를 담당할 만큼 재력과 안정성을 가진 갤러리가 국내에는 흔치 않다. 키스갤러리와 같은 작은 갤러리는 매니지먼트를 통해 “각자의 브랜드를 만들어 가는 매니지먼트”를 할 필요가 있다는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예술이미지 라이센싱 사업에서 갤러리 운영까지

갤러리를 설립하고 운영 중인 김 대표지만, 미대를 나오거나 예술을 업으로 삼은 적은 없다. 국문학과를 나온 김 대표는 2000년부터 광고업계에 몸을 담았다. 10년 넘게 광고 기획자로 일하면서 미술작가들의 작품을 이용해 책자의 표지를 디자인하거나, 콜라보레이션을 하는 일이 많았다. 공익캠페인을 진행하면서 미술작가와의 협업을 통해 전국 전시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좋은 이미지를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한다. 광고업계에서는 ‘게티이미지’나 ‘이미지클릭’ 등 이미지 렌탈숍을 많이 이용한다. 광고업계뿐만 아니라 출판업계, 언론사에서도 이런 업체로부터 이미지를 구매해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곳들은 간단한 디자인 이미지들 중심이어서 예술작가들의 작품을 이용하고자 김 대표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미술작품의 이미지 라이브러리를 구축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김 대표는 결국 2011년 ‘예술만세’를 창업하고 미술작가의 원본 작품 이미지를 광고·출판·홍보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대여와 판매를 하기 시작했다. 이미지와 콘텐츠의 저작권이 아니라 사용을 허락하는 사용권 라이센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사업의 첫걸음은 역시 다양한 작품을 확보하는 일이었다. 광고업계에서의 인연으로 이미 다양한 작가들과의 관계를 맺고 있었지만, 더 많은 작가와 작품을 발굴할 필요성을 느꼈다. 이 과정에서 작품의 이미지만을 갖고 작가를 모집하는 것 역시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직접 오프라인 갤러리를 운영하면서, 온라인 이미지 라이브러리를 함께 운영하는 것이 사업적으로도 더 적합하겠다는 결론을 내린 김 대표는 2012년 동숭동에 ‘갤러리192’의 문을 연다. ‘갤러리192의 이름은 당시 갤러리의 주소지 지번이었다.

“지금은 300여분의 작가 이미지를 수만컷 보유하고 있습니다. 광고회사, 출판사 등 다양한 기업들의 저희 이미지를 구매하고 있구요”

이런 성장은 키스갤러리와 예술만세 양쪽에 도움이 되는 구조다. 갤러리에서는 작품을 판매함과 동시에 온라인을 통해 작품이미지 사용권의 라이센스를 판매하는 또하나의 수익모델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작가에게도 도움되는 면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 대기업을 비롯해 많은 기업들이 작가들과 콜라보레이션을 하고 있는데, 그 중 99%가 (작품) 이미지로 하는 거에요. 이미지로 CF를 만들거나 전광판에 광고한다거나 제품에 새긴다거나, 전부 이미지로 하는 거에요”

김 대표는 더 많은 수익의 기회는 이미지 사업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아직까지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지 못해 매출이 크게 늘고 있진 않지만, 블루오션이기 때문에 가능성은 높다는 것이다.

최근 저작권이 강화되는 경향도 이미지 라이센스 사업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또 일반 사진작품에 비해 미술작품 이미지에 대해서는 저작권 침해가 상대적으로 덜하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게다가 미술작가와의 콜라보레이션이 크게 유행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예술만세에도 백, 와인 패키지 등에 미술작품 이미지를 이용하고 싶다는 문의가 오곤 한다. 대기업이 아니라면 미술작품 이미지 사용에 많은 비용을 들이지 못하는 게 현실이지만, 콜라보레이션은 점점 더 확대될 것이라는게 김 대표의 예상이다.

일부 대기업에서도 예술만세와 같은 미술작품 이미지 라이센스 사업 진출을 검토 중이라는 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미술이미지 사업에서는 아직 지배적인 브랜드가 없다”며 “대기업에서 들어오면 시장이 커져서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작가 매지니먼트에 관심을 갖고 있는 김 대표는 요즘 작가 레지던시에 관심이 많다. 공공기관이나 기업들이 만들고 있는 작가 레지던시는 작가들이 거주하며 작업을 하는 공간이다. 작가들이 작업실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임대료 등 비용이 많이 드는데, 공모를 통해 선발한 작가들을 레지던시에 살게 하면서 1~2년 동안 작품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좋은 작가들을 지원할 수 있는 레지던시를 만드는 것이 꿈”이라는 것이다.

인터뷰를 마친 김 대표는 22일부터 9월14일까지 개최되는 키스갤러리 개관전인 ‘오경환 개인전’에 전시될 작품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돈을 많이 벌지는 못하지만, 삶과 사업의 주파수를 맞출 수 있는 사업이기 때문에 행복하다”는 김 대표의 말은, 말이 아니라 김 대표의 삶에서 녹아나기 때문에 더욱 울림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