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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판촉 비용 “누가 내야 하나요?” ‘대규모 유통법’ 숙지…백화점·대형마트 분쟁시 조정제도 이용

기사입력2014-08-29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지난해 11월 입점업체에 대한 불공정행위가 적발돼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은 롯데백화점. ©중기이코노미

A씨는 2008년 B대형마트의 어린이 놀이시설 운영계약을 체결한 뒤 1억5000만원의 비용을 투자, 시설을 운영했다. 3년 뒤인 2011년 마트 측이 계약 종료를 통지하자, A씨는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했음을 이유로 계약 연장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

C씨는 2011년 D대형마트와의 협의를 통해 밀폐용기 제품을 수입해 납품키로 하고, 최소발주수량을 정한 뒤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마트 측은 제품 판매가 저조하자 최소발주물량에 미달하는 수량을 공급받은 상황에서 추가 납품을 거부했다.

이처럼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 대규모 유통업체와 납품업자 또는 매장 입점업자 사이에 발생하는 ‘갑의 횡포’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횡포에 피해를 입더라도 유통업체와의 관계가 악화될 것을 우려해 제대로 피해를 보상받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공정거래조정원은 이런 납품업자나 매장 입점업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 ‘분쟁조정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사례의 경우 조정신청을 하면, 60일에서 90일 이내에 신속한 분쟁조정을 받을 수 있다. 조정원은 지난 26일 대형 유통업체 납품기업과 매장 입점업자 등을 대상으로 ‘유통·약관 분쟁조정제도 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공정거래조정원은 대형 유통업체 납품기업과 매장 입점업자 등을 대상으로 ‘유통·약관 분쟁조정제도 교육’을 지난 26일 실시했다. ©중기이코노미

그러나 어떤 행위가 법위반인지, 어떤 행위에 대해 보호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불공정한 행위에도 일방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와의 거래에서 불공정 행위로 피해를 입은 경우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통해 보호받을 수 있다. 이 법에 따르면 대규모유통업자란 전년도 매출액이 1000억원 이상이거나 매장면적 합계가 3000㎡ 이상인 소매업자다.

법에 따라 퇴점 시 매장설비 비용에 대해서는 보상해야 하며, 상품권 구입을 요구하거나 판매촉진행사 참여를 강요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또 통상적인 시장의 납품 가격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납품하게 하는 행위, 판매촉진행사를 실시하기 위해 통상의 납품수량보다 현저히 많은 수량을 납품하게 하는 행위 등도 금지된다. 이밖에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불이익을 제공해서도 안된다.

그러나 법 규정이 추상적이어서, 비용을 전가하는 행위가 부당한지 여부에 관한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제시하지 못함에 따라 대규모 유통업자와 입점업자 간 분쟁이 다수 발생하고 있다. 또 대규모 유통업자가 거래상지위를 이용해 비용을 일방적으로 입점업자에게 부담시키는 경우도 발생해 왔다.

이에따라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규모 유통업자들이 입점업자에게 각종 비용을 부당하게 부담시키지 않도록 법 규정을 구체적으로 심사하기 위해 ‘대규모 유통업 분야 특약매입 거래에 관한 부당성 심사 지침’을 지난 7월 제정한 바 있다.

특약매입 거래란 대규모 유통업자가 입점(납품)업자로부터 상품을 외상 매입해 판매한 후, 판매 수수료를 공제한 상품 대금을 지급하는 거래를 말한다.

지침은 특약매입 거래 단계를 상품 입고·관리 단계, 매장운영·관리 단계, 광고 및 판매촉진 단계로 구분하고 단계별로 비용 부담의무를 규정했다.

◇상품 입고·관리 단계=상품보관 비용과 보험비용이 문제가 될 수 있다.

E백화점은 외상매입 처리된 자기 상품을 입점업체 F패션이 판촉사원을 통해 판매·관리하는 과정에서 E백화점 지하 창고 공간 일부를 사용하려고 하자, 해당 입점업체에게 창고 사용료 명목으로 월 80만원씩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대해 공정위는 “특약매입 거래에서 대규모 유통업자는 입점업자로부터 매입한 상품의 소유권을 가진다”며 “자기 소유의 상품을 보관·관리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을 자신이 부담하지 않고 입점업자에게 부담시키는 행위는 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G마트는 입점업체 H스포츠의 매장에서 판촉사원들이 모두 퇴근한 심야 시간대에 신발과 의류 등 100만원 상당의 상품이 분실되자, 입점업체에게 모두 자체 손실처리 하라고 요구했다. 이때 대규모 유통업자가 상품 매입 시 검품·검수를 한 경우라면 이후 단계에서 발생되는 상품 멸실·훼손비용을 입점업자에게 일방적으로 부담시키는 경우에는 법 위반 소지가 있게 된다.

반면 상품 입출고가 너무 빈번해 대규모 유통업자와 입점업자 상호 간에 검품·검수를 생략하기로 약정한 경우에는, 상품이 입고된 이후부터 입점업자가 상품을 실질적으로 관리하므로 비용은 입점업자가 부담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상품의 멸실·훼손이 대규모유통업자 자신이 직접 관리하는 창고나 매장에서 발생한 경우에는 입점업자에게 비용을 부담시켜서는 안된다. 또 입점업자가 파견한 판촉사원과 상관없이 제품이 멸실 또는 훼손됐을 경우 역시 마찬가지로 비용을 입점업체에 부담시켜서는 안된다.

◇매장운영·관리 단계=이 경우 인테리어 비용과 판촉사원 파견 비용에서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

인테리어 비용의 경우, 천장·바닥·조명시설 등 기본 시설 비용을 입점업자에게 부담시켜서는 안된다.

판촉사원 파견 역시 대규모 유통업자가 입점업자에게 파견 판촉사원을 일정 수 이상으로 해줄 것을 요구·강요하면서, 추가 파견되는 판촉사원 인건비를 입점업자에게 부담하도록 해서는 안된다.

◇광고 및 판매촉진 단계=이 단계에서는 광고와 판촉행사 비용이 주로 분쟁대상이 된다.

공정위는 “대규모 유통업자가 집객 활동을 수행해 입점업자의 납품액 증가에 기여한 대가 등으로 판매 수수료를 수령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비용을 입점업자에게 부담시키는 경우에는 법 위반 소지가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유통업자가 개별 입점업자에게 직접적 매출증진 효과가 발생하는 다양한 판매촉진 행사를 입점업자와 공동으로 실시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할 경우, 법에 따라 입점업자의 분담비율은 50%를 초과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