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 미만 청소년에게 심야시간대 인터넷게임 제공을 제한해왔던 셧다운제가 완화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는 셧다운제를 부모가 요청하는 경우 적용을 해제하고, 부모가 다시 적용을 요청하는 경우에는 재적용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1일 밝혔다.

일부 언론에서는 “셧다운제 폐지” 또는 “셧다운제 사실상 폐지 수순”이라는 제목으로 이 사실을 보도했다. 셧다운제의 폐지가 숙원이었던 게임업계 입장에서는 크게 환영할 만한 제목들이다. 하지만 이런 보도들은 사실과 크고 작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는 문제다. 그리고 정부의 정책목표에 비춰보면, 강제적 셧다운제는 전혀 폐지된 것이 아니다.

우선 가장 잘못 알려진 사실은, 현재 청소년보호법과 게임산업진흥법에서 각각 규정한 셧다운제가 하나로 통합된다는 점이다. 청소년보호법 26조는 “인터넷게임의 제공자는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게임을 제공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정하고 있다. 게임산업진흥법 시행령은 심야시간대 외의 시간대에도 부모나 청소년 본인의 요청에 따라 18세 미만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게임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임시간 선택제’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부와 여가부는 두 제도의 “통합명칭”을 ‘(가칭)청소년 게임이용시간 부모선택제’로 한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이를 근거로 일부 언론에서는 두 제도가 하나로 통합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보도자료에 따르면, 두 기관은 “양 법률체계 유지”를 합의했다고 명시하고 있다. 청소년보호법 상 강제적 셧다운제는 “완화”하고, 게임산업진흥법 상 ‘게임시간 선택제’는 “현행유지”해 두 제도를 함께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두 제도의 적용과 비적용에 따른 총 4가지의 ‘게임시간 관리유형’에 대한 설명을 봐도, 두 제도는 개별적으로 적용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나이와 선택권이라는 공통점이 생겨 실질적으로 유사한 제도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상이한 법에 따라 운영된다는 점은 종전과 다를 바 없다. 게임시간 제한을 하나의 법으로 통합해 달라는 게임계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청소년보호법 상 강제적 셧다운제는 2011년 5월 관련 법조항이 신설돼 그해 11월부터 시행됐고, 게임산업진흥법 시행령 상 ‘게임시간 선택제’는 2012년 1월 관련조항이 신설돼 그해 7월 시행됐다. 관련 조항을 만드는 과정에서 두 부서가 서로 협조하지 못했다는 과거지사를 따지자는게 아니다. 제도 이름만 하나로 묶을 뿐 상이한 법조항에 근거해 각각 규제권한을 행사하겠다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될 따름이다.

두 번째로 ‘강제적’ 셧다운제가 폐지된 것인지는 기준에 따라 다르지만 ‘셧다운제’의 사실상 폐지는 사실과 다르다. 현행대로 유지되는 게임산업진흥법의 ‘게임시간 선택제’가 처음 도입될 당시의 이름은 ‘선택적 셧다운제’였다. 어감이 강압적이라는 이유로 이름이 변경됐지만, 제도의 본질은 동일하다. 이번 조치를 ‘강제적 셧다운제’가 ‘선택적 셧다운제’로 완화됐다고 표현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셧다운제의 사실상 폐지”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의 정책목표에 따르면 ‘강제적 셧다운제의 완화’라는 표현 역시 쓰기 어렵다는 점이다. 여성가족부 손애리 청소년정책관은 “이제까지는 인터넷게임의 건전한 이용을 위한 일률적인 제도 적용으로 국가가 규제하는 형태였다면, 부모선택제는 자녀의 게임이용 지도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져 궁극적으로는 부모가 개입하지 않고도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게임시간을 잘 조절하는 청소년이 많아지도록 하는 것이 정책목표”라고 밝혔다.

정부가 직접 밝힌 정책목표에 명시된 “자기결정권을 갖고 자율적으로 게임시간을 잘 조절할 수 있는 청소년”은 이번 제도에서 찾아볼 수 없다. 변화한 제도에 따르면 부모가 심야시간 셧다운제를 적용할지 말지 결정할 수 있다. 부모의 선택권은 확대됐고 따라서 정부는 “일률적인 제도 적용으로 인한 부모의 양육권 침해 논란도 해소했다”고 자화자찬했지만, 정책목표에 버젓이 있는 청소년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조치는 어디에서 찾아볼 수 없다. 여전히 “강제적 셧다운제”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