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에게 기회를”이란 고양 원더스의 꿈이 꺾였다. 야구계 전반의 상생 의지가 부족했다는 점을 거듭 확인할 수 있었기에 허민 구단주를 말릴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는 11일 구단 해체를 전격 발표했다. 지난 2011년 9월 KBO(한국야구위원회), 고양시와 함께 창단을 선언하고, 같은 해 12월12일 본격 출범한 독립 야구단이다. 2군 팀들의 리그인 퓨처스 리그에 2012년부터 참가하기 시작해 올해까지 3년간 176경기를 치뤘다. 게임 ‘던전앤파이터’로 큰 성공을 거둔 뒤 소셜커머스 ‘위메이크프라이스’를 운영중인 허민 구단주는 ‘야신’ 김성근 감독을 영입하고, 자신도 미국 독립리그에서 선수로 데뷔전을 치르는 등 야구에 대한 열정을 과시했다.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고양 원더스는 “구단을 3년간 운영하면서 창단을 제의했던 KBO와 구단 운영에 대한 방향이 다르다는 것을 반복해서 확인했다”며 구단 해체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고양 원더스는 기존의 한국 프로야구리그에 소속되지 않은 ‘독립구단’이지만, KBO의 제안으로 창단 작업을 시작했고 창단 과정에서 KBO의 크고 작은 지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원더스 창단이 확정된 뒤 KBO로부터 퓨처스 리그 참가를 위한 예치금 10억원을 내라는 요구를 받는 등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었다. 경기 배정 역시 다른 구단에 비해 적은 수였고, 그 경기의 성적 역시 퓨처스 리그의 성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선수가 퓨처스 리그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치더라도 홈런왕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팀이 가장 높은 승률을 올려도 우승팀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이유는 ‘독립구단’이 KBO 회원사들과 ‘교류전’을 치른 결과이기 때문이다.
원더스 측은 창단 당시 KBO가 원더스를 퓨처스 리그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주겠다는 약속을 했다는 입장이었고, KBO는 이에 대해 약속은 없었다고 반박한 바 있다.
원더스를 퓨처스 리그 일원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KBO의 설명은 이해되지 않는 점 투성이다. 현재 퓨처스 리그에는 프로야구 9개 구단의 2군 팀과, 향후 1군 진입을 앞둔 제10구단 KT가 참여하고 있다. 이밖에 상무와 경찰청이 정식 참여하고 있고, 일본 프로야구팀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3군팀이 교류전 형태로 경기를 치르고 있다.
상무와 경찰청처럼 KBO 회원사가 아닌 팀들이 퓨처스 리그의 일원으로 정식 참여하고 있는 반면, 원더스는 그 같은 참여가 불가능하다는 KBO측의 설명은 앞뒤가 전혀 맞지 않다. 상무는 종전 실업야구 리그 소소 팀이었으나, 2001년부터 프로야구 2군리그에 정식참여해왔다. 2002년 기존의 실업팀들이 모두 해체되면서 실업리그 자체가 폐지된 탓이다. 이처럼 프로야구 회원사가 아닌 상무가 2군리그에 정식으로 참가한 이유는 군복무를 해야 하는 프로야구 선수들의 경기력 유지가 리그 차원의 이익이기 때문이다. 2005년 창단한 경찰청 야구단 역시 같은 목적으로 2군리그의 일원으로 정식 참가하고 있다.
상무나 경찰청에 입단하면 군복무 기간동안 선수활동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실력의 선수들이 치열한 경쟁을 통해 입단한다. 반면 고양 원더스는 실패한 선수들의 재기 기회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긴 하다. 오히려 엘리트 선수들이 입단하는 상무와 경찰청보다 고양 원더스가 야구계에 기여하는 부분이 더 크다고도 볼 수 있다. 아마추어인 사회인야구와 달리, 프로팀으로의 재기을 꿈꾸며 독립야구단에서 땀흘리는 선수들의 ‘열정’에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좋은 실력이 있으면 성공하게 되는 것은 프로야구나 경제계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열정이 있는 사람에게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사회의 몫이다. 그런 열정을 지지해줘야 눈부신 성공사례도 늘어나고, 시장 자체도 더욱 커진다는 것은 야구계나 경제계 양쪽에서 공통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례다. 원더스의 해체는 야구계가 얼마나 상생과 기회에 무관심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창단을 제안하고 과정 자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KBO는 원더스 해체 과정에서 상생의 자세를 얼마나 보여왔는지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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