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재벌그룹들이 합병, 외자유치, 지분매각 등의 방법으로 총수 일가의 지분율을 낮추거나 내부거래 비율을 낮추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꼼수’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기아차 그룹 사옥.<사진=뉴시스>

재벌닷컴은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재벌 계열사 30여곳의 경영변동 사항 조사결과를 20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공정위 발표 개정안 적용 대상회사 208곳 중 내부거래금액 순위 2위, 3위, 5위인 현대엠코, 에버랜드, 우삼의 경영사항에 주요한 변동이 있었다.

현대엠코는 16일 현대차그룹 계열사 현대엔지니어링에 합병됐다. 현대엠코는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10%), 정의선 부회장(25.6%) 부자의 지분율 35.6%, 내부거래 비중 61.2%로 개정안에 의한 규제대상이었으나, 합병후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율이 16.4%로 떨어지면서 규제대상에서 벗어나게 됐다. 2012년 현대엠코의 내부거래 금액은 1조7588억원으로 적용대상 업체 중 내부거래금액 순위 2위였다(1위는 현대글로비스). 한편 합병후 현대엔지니어링의 내부거래 비중은 37%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차그룹에서는 이번 합병을 “글로벌 엔지니어링 성장전략”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일감 몰아주기 규제 회피 및 증여세 절감효과를 노린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일감 몰아주기’ 적용대상 주요 업체의 경영변동 사항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지분율 45.69%, 내부거래 금액 2834억원, 비중 55.62%였던 삼성SNS도 삼성SDS에 합병되면서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게 됐다. 합병후 이 부회장의 SDS 지분율은 11.25%다. 

허창수 GS그룹 회장 일가가 대주주로 있던 STS로지스틱스와 승산레저,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일가가 대주주인 신록개발과 부영CNI,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일가의 티시스와 티알엠도 계열사 합병으로 규제대상에서 빠졌다. 동국제강그룹 SI업체 디케이유엔씨는 총수일가 지분을 다른 계열사에 매각해 규제대상에서 빠졌다.

강덕수 STX그룹의 STX건설과 이태성 세아홀딩스 일가의 세아네트웍스, 그리고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한라아이앤씨 역시 대주주 일가의 지분 정리로 규제를 피해갔다.

한편 이번 규제 대상에서 빠지지는 않았지만, 주요한 변동사항이 있는 계열사들도 많았다. 삼성에버랜드는 이건희 회장 일가가 46.04%의 지분을 보유중이며,  내부거래 금액 1조3918억원 비중 46.38%로 규제대상이었다. 그러나 식자재 부문을 삼성웰푸드로 넘기면서 내부거래 비중을 대폭 낮춰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됐다. 대신  이 회사는 내부거래 비중이 적은 제일모직 패선사업부를 인수했다. 

 

현대차 계열사인 삼우도 변동이 있었다. 정몽구 회장의 사위인 신성재 현대하이스코 사장 및 자녀들의 지분이 50%에서 39.47%로 낮아졌다. 지난해 연말 사모펀드에서 320억원을 투자받은 결과다. 이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87.99%, 금액은 7784억원이었다. 같은 계열사 이노션은 총수일가 지분 100%에 내부거래 금액 2005억원, 비중 48.76%였다가, 정 회장의 ‘재산 환원’ 등으로 지분율이 80%로 떨어졌다.

이와관련 전문가들은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재벌들의 이러한 움직임이 빨라질 것을 경계하면서, 법적인 차원에서 허점을 메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내부거래 등을 승인하는 이사회 의결을 ‘경제적·정신적 독립성’을 견지할 수 있는 이사들로 한정하는 등 상법 개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효율성 극대화’, ‘경영상 보안’ 등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공정거래법 예외조항에 대한 전면 재검토, ‘기존 내부거래는 효율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식으로 전제하는 법적인 해석에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