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국립극단>
음모는 들통나고 줄을 대던 미국인도 사기꾼으로 밝혀진다. 구속과 전재산 몰수의 위기에 처한 이중생, ‘개과천선’을 선언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물론 우리는 알고 있다. 사람, 특히 악인(惡人)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금은보화를 두고 개과천선할 이중생이 아니다. 고문변호사와 짜고 자살극을 꾸며낸 것이다. 사위를 상속인으로 지명하고 뒤에서 꼭두각시 부리듯 관리할 심산이다. 그러나 사위는 전재산을 자선병원 건립에 헌납하려 하고, 이중생은 또 다시 결단을 내려야 할 판이다.
‘맹진사댁 경사’, ‘시집 가는 날’ 등 우리나라 대표 극작가 오영진 선생(1916~1974)의 1949년 작품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다. 65년 전 작품이지만 날 선 풍자는 지금보다 낫다. 연출가 김광보의 손에서 다시 태어나 12일부터 28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 서 공연중이다.
청산하지 못한 ‘적폐’로 시퍼렇게 눈뜨고 살아남은 ‘이중생’과, 이중생에 기생해 사는 자식들과 변호사 등 인간군상은 우리 사회의 자화상과 다를 바 없어 씁쓸하다. 김광보 작품답게 치고받는 대사와 이야기 전개에 리듬감이 넘친다는 평가다.
연출 김광보와 무대 박동우 등 스태프도 믿음직하고 정진각·김재건·연운경 등 배우들의 연기도 탄탄하다. 문의 국립극단(1688-5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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