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NS와 메신저를 통해 “10조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이란 글이 돌아다니고 있다. 일부 매체에서는 이를 주제로 기사를 내기도 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10조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대단하다. 물론 4대강 중 2개강을 정비할 수 있다거나 전 국민에게 21만원씩 나눠줄 수 있더거나, 담뱃값 인상을 1년 연장할 수 있다는 등의 계산들은 대단한 일임에는 분명하지만 ‘경제적 가치’를 가늠하기는 어렵다.
‘경제적 가치’에 집중해서 보면, 우선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 전체를 인수할 수 있다. 이 회장이 자신의 지분을 팔겠다고 나설 가능성은 없지만, 금액상으로는 가능한 일이라는 의미다. 또 유명 자동차 메이커인 애스턴 마틴, 르노삼성, 쌍용차, 재규어와 랜드로버, 볼보 등을 모두 인수할 수도 있다. 하이닉스, 현대증권, 위니아만도 등 과거 범현대가로 분류되던 회사들을 인수할 수도 있다.
마지막에 언급된 범현대가 회사들의 재인수가 아니더라도, 굳이 10조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회자되는 이유는 명확하다.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를 현대차그룹이 인수하기로 한 금액이 10조5000억원이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한국전력 본사 부지는 한전이 나주로 이전하면서 매물로 나오게 됐다. 강남에서도 코엑스 바로 옆에 있는 한전부지 약 7만9000㎡는 감정가만 3조3346억원에 달하는 핵심부지기도 하다. 현대차와 함께 입찰에 참여한 삼성전자 역시 4조원을 들여 이 땅을 매입하려 했다고 하니, 이곳을 개발할 경우 발생하는 상징적·경제적 가치가 대단하다는 추정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대차가 10조원을 사용하고서 얻은 것이 토지의 소유권일 뿐이며, 이는 경제적 이익이라고 볼 수는 있지만 회계적 이익은 아직 아니라는 사실은 짚어볼만 하다. 회계적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세계적인 자동차 제조업체로 발돋움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10조원을 들여 땅을 사고, 또 많은 비용을 들여 부동산개발에 나서야 하는 모양새다.
앞서 봤듯이 현대차는 10조원을 들여 전통있는 해외 유명 자동차 브랜드를 여럿 인수할 수도 있었다. 협력업체의 단가를 파격적으로 인상하거나 R&D를 지원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불법파견이라는 결정이 내려진 사내하청을 근절하고 전원을 현대차의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자체 R&D에 뚝심있게 투자해 보다 안전한 제품을 만드는 것도 가능했을 것이다. 이 모든 대안 대신, 현대차의 선택은 삼성동 토지매입이었다. 부동산개발의 성패와 관계없이, 이것이 현대차의 비전이고 방향성이라는 점을 시장에 알렸다는 의미가 적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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