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라 발표된 정부의 세금인상안에 대해 허탈해 하던 국민들을 더욱 기가 막히게 한 것은 새 경제팀 수장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이다. 최 부총리는 담뱃값과 주민세 인상 방침과 관련 “정부가 증세를 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지난 16일 열린 외신기자 간담회 자리에서다.

그는 특히 “담뱃값 인상은 세수가 목적이 아니라 국민건강을 증진하기 위해 추진한 것”이라고 했다. 언제부터 보건복지부 장관도 아닌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민건강을 위해 ‘담배’를 챙겼는지 의아스럽다. 또 주민세 인상과 관련 “최근 지자체가 복지 지출 증가 등으로 재정이 어려운 상황이며, 지방정부가 강력하게 요청해 중앙정부가 마지못해 받아 들인 것이기 때문에 증세라고 보기 어렵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래서 인가. 정부는 주민세 인상 발표때 기자들에게 나눠준 보도자료에 서울시가 요청한 관련 공문도 첨부했다.

최 부총리의 발언에 대해서는 여당 중진의원들도 이해하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새누리당 중진의원들은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증세는 없다” “증세는 안한다”고 하면서 정부가 사실상 세금을 올린 것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했다. 특히 이재오 의원은 “국민건강을 위해서 담뱃세를 인상한다면 보건복지부 장관이 주도해야지 왜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도하느냐”며 직격탄을 날렸다고 한다. 원유철 의원은 “기업으로부터 걷는 법인세, 고소득자에게 부담이 되는 것은 빠져 있고 서민에게 직접 타격을 주는 주민세, 자동차세, 담뱃세만 선택했다”며 조세형평성 문제까지 거론했다.

세금을 올려놓고 증세가 아니라는 말을 국민들이 믿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여당 중진의원들의 지적대로 인하된 법인세를 올리거나, 고소득자에 대한 징세 고민없이 걷기 쉬운 방법을 찾은 것 뿐이다. 결국 부총리의 증세부인은 ‘부자감세, 서민증세’라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위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셈이다. 최 부총리는 “기업소득이 가계소득으로 흘러 들어가 경제를 활성화 시키겠다”고 얼마전 발표했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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