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을 위한 상생펀드 등에 내놓은 금액이 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중기이코노미

네이버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을 위한 상생펀드 등에 내놓은 금액이 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1위인 검색사업자의 이같은 상생협력 노력은 그러나 지난 한해 동안 지속적으로 네이버의 ‘갑’ 횡포 논란이 발생한 가운데 이뤄진 것으로, 시장독점 지위는 여전한 가운데 향후 상생협력을 위해 어떤 행동에 나설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11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동의의결제’를 최초로 적용받았다. 동의의결제란 사업자가 스스로 원상회복과 소비자피해구제 등 타당한 시정방안을 제안하고, 공정위가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그 타당성을 인정하는 경우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제도를 말한다.

통상 공정거래법 위반이 적발될 경우에는 위반 행위에 대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이 부과된다. 그러나 동의의결 절차가 진행되면서 네이버와 다음은 과징금과 시정명령 없이 당사자간 협의를 통해 시정절차에 들어가게 됐다.

사상 처음으로 동의의결이 진행된 데 대해 공정위는 “인터넷 서비스 분야는 해외 경쟁당국도 동일한 내용에서 무혐의로 판단하거나 자진시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등 그 위법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영역”이라며 “시장 관행적 사업모델이나 방식과 관련된 것이므로 사업자의 자발적인 시정을 유도함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또 “구글 등 외국 사업자가 조치대상에서 제외됨으로써 역차별로 인한 국내사업자들의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는 점도 제시했다.

인터넷 검색업체인 네이버가 소상공인들과 직접 대립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검색결과와 광고를 구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등록된 상호 키워드를 타사에 팔기도

네이버는 책, 음악, 영화, 가격비교, 부동산 등의 분야에서 유료서비스를 운영해왔다. 해당 주제에 대해 검색할 경우 네이버 측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우선 노출되면서 다른 사업자들의 정보가 노출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해 왔다.

키워드광고와 일반 검색결과의 구분이 모호한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일반 검색결과와 잘 구분되지 않거나, 광고가 상위에 노출되면서 소상공인들이 막대한 광고료를 부담해왔다는 것이다.

키워드광고의 경우 특히 광고료 부담뿐만 아니라 상표권 침해, 유사업체 난립 등 다양한 문제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이미 상표등록된 업체명의 키워드를 타사에 판매해 피해를 입은 업체도 있었고, 키워드광고를 하지 않은 기업은 자사 상호로 검색해도 검색결과 중 하위에 노출되는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이런 문제들이 제기되면서 공정위는 지난해 5월 네이버와 다음 등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했고, 지난해 10월 결과보고서를 통보한 뒤 네이버와 다음 측이 동의의결을 요청해 절차에 들어갔다.  

 

네이버 측이 제출한 동의의결안 주요내용

<자료:공정거래위원회>

네이버가 제출해 공정위를 통과한 동의의결안을 보면, 기본의 자사 유료서비스의 경우 명칭에 회사명을 표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부동산’이라는 카테고리는 ‘네이버 부동산’으로 바뀌는 등 유료 서비스가 일반 검색결과와 구분되게 됐다. 또 자사 서비스라는 안내 문구를 표기하고, 경쟁사업자에게도 외부 링크를 제공하기로 했다.  

키워드 광고의 경우에는 광고영역에 ‘… 관련된 광고’라는 사실을 기재하기로 했다. 또 광고노출 기준에 안내문을 제시하고, 광고영역에 음영처리를 해 구분을 두기로 했다.

네이버는 공정위 조사 전후로 2000억원대의 상생펀드 조성을 약속하며 소상공인 지원에 압장서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벤처창업지원 500억원, 국내 문화콘텐츠 산업지원 500억원, 중소상공인 희망재단 500억원, 공정위 동의의결 잠정안 500억원 등으로 구성됐다. 벤처창업 지원과 문화콘텐츠 지원으로 정부가 운영하는 펀드에 출연했고, 희망재단은 현재 설립절차가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전통시장과 중소기업 활성화에 나선다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중소기업청과 체결하기도 했다. 네이버 김상헌 대표이사는 “우리 경제를 이끌어가는 전통시장과 중소기업이 네이버 플랫폼을 통해 보다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를 마련하길 바라며, 중소기업청과 협력해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이 네이버와 동반성장 할 수 있는 상생협력 모델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소상공인연합회 통합추진위원회 공동대표인 최승재 회장은 “소상공인들과 전통시장 상인들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제 적용이 가능한 상생사업모델을 조속히 개발해 상용서비스에 들어가야 할 것”이라며 “상용서비스 개발과정에 개별 소상공인단체들이 초기부터 깊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