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기업사냥꾼’이 아니라 ‘기업흡혈귀’다. 이들이 상장법인을 무자본 인수합병(M&A)해 단물만 먹고 빠져나간 기업의 주가는 평균 68~87% 곤두박질 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2011년 7월부터 올 7월까지 3년간 적발된 무자본 M&A 사례 15건을 분석한 결과 지난 7월말 기준(평균 2년 경과) 횡령 목적 M&A회사의 주가는 평균 87%, 차익취득 목적 M&A 회사의 주가는 평균 68% 하락했다고 24일 밝혔다.

금감원은 무자본 M&A 주동세력이 일반 개인 외에도 법인, 증권방송전문가, 회계사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주의를 촉구했다. 이들은 M&A 과정에서 시세조종, 미공개정보 이용 등 다양한 불공정행위와 횡령·배임을 동시다발적으로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사냥꾼들은 평균 현금보유액이 최대주주의 평균 경영권 인수대금에 비해 많고, 재무상황이 양호해 경영권프리미엄(평균 92억원)이 높은 회사를 목표로 삼았다.

기업사냥꾼들은 해당 기업의 사주와 주식양수도 및 대금지급 방법 등을 협의한 후 인수주식 또는 해당기업의 보유자산 등을 담보로 차입을 해 인수대금을 마련했다. 인수대금이 부족할 경우에는 사채를 동원하기도 했다.

한 기업사냥꾼은 회사를 인수한 직후 경영권을 이용해 자원개발 관련 법인 지분을 약 120억원에 매입하게 하고, 이 자금을 전액 인출해 차입금을 상환하는데 썼다. 또다른 사냥꾼은 사채 130억원을 끌어 증자금을 납입, 경영권을 확보한 후 해당 금액을 다시 인출해 사채업자에게 반환했다.

이들은 이어 타 법인 출자 등을 가장해 자산을 횡령하거나 허위사실 유포를 통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상승시키거나 시세조종을 해 인수한 주식을 고가에 매도했다.

해외자원개발 등 허위 신규사업에 대한 보도자료를 배포하거나 증권방송 등을 이용해 거짓을 유포하기도 했다. 기업사냥꾼들이 이로 인해 얻은 부당이득은 약 1300억원 수준이었다.

이들이 기업을 인수한 후 막대한 부당이익을 얻고 떠나는데 소요되는 기간은 불과 평균 6개월(차익취득 목적)~15개월(횡령목적)이었다. 이 과정에서 주가 변화는 드라마틱하다.

M&A 직전과 직후의 경우, 횡령 목적은 M&A 정보 사전 유출 등의 이유로 M&A 전 1개월 동안 평균 17% 상승한 후, M&A 직후 하락을 시작해 이전 주가로 회귀했다. 차익취득 목적의 경우 시세조종으로 M&A 전 1개월 동안 평균 53% 급등한 후, M&A일 이후에도 상당기간(2개월) 완만하게(평균 10%) 상승했다. 해외 자원개발 등 허위의 신규사업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하거나 증권방송을 통해 허위 사실을 유포해 주가를 띄웠다.

M&A 후 장기적으로는 주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M&A일 대비 올 7월말 현재 주가를 비교하면, 횡령 목적 M&A는 평균 87%, 차익취득 목적 M&A는 평균 68% 하락하는 등 대부분의 주가가 반토막 이상 폭락했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15사 기준)은 약 5000억원 날라갔고, 15개 기업 중 7개사(47%)가 상장폐지되거나 상장폐지 실질심사 중이다. 

금감원은 “인수인이 개인이나 비외감법인인 경우 인수인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기 힘들다”며, 인수합병이 이뤄진 기업이 타법인 출자를 통해 신규 사업에 진출할 경우 출자 대상 회사의 최근 매출, 수익 발생 여부, 외부평가기관의 의견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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