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아시안게임의 운영 미숙이 국제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장밋빛 경제효과를 기대하기는 고사하고 대회 지원에 발 벗고 나선 기업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최근 중국의 한 언론은 인천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가 발간하는 ‘아시아대회 일보’ 내용 중 대부분이 한국선수의 성적을 전하는 내용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조직위 홈페이지의 외국어 버전에 게재되고 있는 ‘Official News’에 나오는 소식 대부분이 한국 선수의 성적에 관한 내용이다. ‘대회 공식’이라는 이름으로 소식을 전하려면 대회에 참가한 모든 참가국 모든 선수들의 소식을 다루는 것이 정상이다. 한국 선수들의 성적과 소식을 전하고자 한다면 한국 언론을 대상으로 별도의 보도자료를 배포하면 될 일이다. 

더 큰 문제는 전화나 이메일을 통한 티켓 판매가 영어와 중국어만 지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동남아, 서남아 등지의 고객들은 인터넷이 아니고서는 입장권을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아시아에서 영어와 중국어의 사용범위가 넓기는 하지만, 당장 한국만 해도 두 언어 모두 공용어가 아니다.

이는 인천 아시안게임 조직위가 아시안게임 주최측이라는 자신의 지위를 망각하고 한국선수단 지원조직 수준의 일처리밖에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국제적 대회를 유치하고 주최하는 입장에서 저질러서는 안되는 실수다. 무능을 탓하기에 앞서 국제감각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또 통역전문 자원봉사자 이탈이 발생하면서 선수들이 통역에 나서는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일부 언론에서는 통역자원봉사자 100여명이 처우 등의 문제로 이탈했다고도 보도했다. 조직위는 이탈자가 27명에 불과하다는 해명자료를 냈지만, 통역자원봉사자 모집인원을 줄여서 계산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조직위 해명과 제기된 의혹에 따르면 자원봉사자 이탈 자체도 사실이거니와, 현장에서 통역이 부족해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아시안게임과 같은 국제대회에서 통역인력이 부족하고, 외국 선수단이나 기자단들과의 업무처리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 모습이 여과없이 드러나는 상황은 한국 기업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당연하다. 언어능력, 업무 추진 스타일 등 장면 장면마다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물론 전 세계에 한국인과 한국 기업이 퍼져있는 상황에서, 세계인이 직접 경험한 한국인의 이미지가 아시안게임 한번으로 반전될 리는 만무하다. 이렇게 생각하면 아시안게임의 무용론이 제기된다. 지금이 80년대도 아니고 “한국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막대한 돈을 들여 아시안게임과 같은 대회를 유치할 이유는 없다는 주장이다.

인천시에 따르면 수많은 기업들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달하는 입장권을 구매하고 있다. 이런 기업들 외에도 아시안게임을 지원하는 기업들의 활동은 다양하다. 이들에게 최소한 피해는 주지 말아야 한다. 무능도 큰 문제지만, 국제감각이 부족해 보이는 일처리는 기업들에게 무형의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조직위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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