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가 노동법을 위반해 온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노동법을 위반한 일반기업에게 법에 따른 판결을 내려온 사법부가 스스로 법을 지킬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정의당 서기호 의원이 전국공무원노조 등과 함께 8개 사법기관의 청소용역에 대해 실태조사를 한 결과, 모든 기관이 노동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고등법원은 토요일 근무 시 휴일수당을 실제 근무시간보다 적게 주고 있었고, 서울서부지방법원은 근로계약서보다 실제 출근시간이 빨랐다. 제주지법은 토요일 근무에 대해 아예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있었고, 판사 등 인사이동시 관사청소까지 청소노동자들에게 떠맡겼다. 물론 수당은 없었다.

서울고등법원과 서울서부지방법원의 경우 노사분규가 발생하면 법원이 지정한 용역업체나 소속직원으로 하여금 업무를 대행케 하며 용역회사는 이를 거부할 수 없도록 했다. 이는 노동법 위반이다.

임금을 최저임금 수준으로 지급하면서, 실제 근로시간이 계약서를 초과해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사례도 있었다.

대법원은 서기호 의원에게 각급 법원들이 근로 관계 법령이나 근로조건 준수 여부 등을 확인하고 지도·감독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실제 지도·감독 현황에 대해서는 “현장지도 감독보고서를 별도로 작성, 비치하고 있지 않아 제출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사실상 지도·감독이 이뤄지는지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의미다.

지난달 29일 고용노동부는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협력업체 27개사의 노동관계법 위반 여부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23개 업체가 839명에 대해 최저임금 위반, 연장·휴일근로 수당 지급 위반, 퇴직금 미지급 등 총 4억9192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밝혀졌다.

고용노동부는 적발된 기업에 대해 위반사항을 신속히 시정토록 하고, 합리적인 보수체계와 근무체계를 갖추도록 지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반기업에 대해 내려지는 이같은 조치가, 서울고등법원 등에 내려질 지는 미지수다. 행정부 소속인 고용노동부가 사법기관인 법원에 행정명령을 한다면 모양새가 아주 우스울 것이다. 그러나 법앞에 평등하다는 말이 사법부를 비껴갈 이유는 없다. 법의 심판자 역할을 하는 사법부가 법을 몰라서 어겼다는 변명을 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함이 마땅하다. 사법부는 청소용역에 대한 노동관계법 준수 여부를 스스로 점검하고, 처벌받을 사항은 처벌받는다는 전제하에 문제점을 즉시 해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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