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KIA와의 시즌 홈 마지막 경기에서 연장 10회말 희생플라이로 경기를 매조지한 LG 이진영 선수가 그라운드를 돌며 포효하고 있다.<사진=LG트윈스>

4위 자리를 굳건히 지킨 LG는 5위 SK 와이번스와의 승차를 2게임으로 벌리며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현재 LG는 4게임, SK는 5게임을 남겨두고 있다. SK가 상대전적 10승6패로 앞서있어 반게임차로 앞서거나 같은 승률로 맞출 경우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다만 LG가 무승부를 한 차례 더 기록한 바 있어, 무승부를 한 번 더 만들어내면 훨씬 유리한 자리에 서게 된다. 승률 5할을 넘길 경우 무승부 2회가 1승1패보다 높은 승률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승률 5할 미만일 경우 2무는 1승1패보다 불리한 기록이 된다. 

LG로서는 최근의 상승세로 지긋지긋한 DTD(떨어질 팀은 떨어진다는 프로야구판의 속설) 저주를 깬다는 점에서 더 상쾌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지난해를 제외하면 최근 10여년 LG 야구는 ‘희망고문’의 연속이었다. 전반기에 반짝 성적을 내 팬들을 기대에 들뜨게 해놓고는 후반기 별 일 아닌 것으로 와르르 무너져버리는 패턴을 반복해왔다.

그런데 올해는 거꾸로 UTU(올라갈 팀은 올라간다는 속설)를 시현할 기세다. 4월23일 김기태 전 감독의 자진사퇴에 이어 5월11일 양상문 감독이 팀을 맡을 때 LG의 성적은 10승1무23패로 승과 패의 차이가 -13이었다. 이 차이는 6월7일 -16으로 커졌다. 결과적으로 4개월여만에 -16의 차이를 뒤집었다.

이 과정에서 ‘끈끈한’ 팀컬러를 구축한 것은 대단히 고무적이다. 양 감독 부임 이후 LG는 더그아웃에 “나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강하다”는 문구를 내걸었다. 패배의식을 넘어서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이 덕분인지 LG는 매 경기 물고 늘어지는 야구를 이어왔고, ‘겉멋만 들었지 근성은 모자란’ 선수단 이미지도 갈아치울 기세다.

리그 최강팀 삼성 라이온즈와의 7일 경기에서는 4대0으로 끌려가다 8회 9대5로 역전에 성공하는가 하면, 9일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는 6대0으로 끌려가던 경기를 8회 6대6 동점으로 만들더니, 연장 10회말 기어코 역전승을 일궈냈다.이에 앞선 NC 다이노스와의 경기도 의미심장했다. NC는 LG에 올 시즌 유일한 노히터 경기 굴욕을 안긴 팀이다. LG는 NC에 팀 노히터(투수들이 이어던지며 무안타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치는 것)를 선물하며 화끈하게 복수했다.

반면 LG와 ‘한지붕 두가족’ 살림을 하는 두산 베어즈는 한숨만 내쉬고 있다. 2000년대 LG의 부진 속에 두산은 잠실벌 맹주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2007년 이후 단 한 차례(2011년)를 제외하곤 매년 가을잔치에 불려나가며 강팀의 이미지를 굳혔다. 올해도 삼성과 경쟁할 유일한 대항마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전반기의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포스트시즌 진출이 물건너 간 꼴이다. 10일 현재 두산은 55승1무65패로 LG에 5경기 뒤진 6위를 달리고 있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놓고 견주는 ‘트래직 넘버’(매직 넘버의 반대말로 탈락이 확정되기까지의 경기수)는 1이다. 앞으로 LG가 한 번이라도 이기거나 두산이 한 경기라도 지면 끝이라는 의미다. 매직과 트래직, UTU와 DTD. LG와 두산의 처지가 이렇게도 갈리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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