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가 허가받아 KB에 팔고, 다시 롯데쇼핑에 임차를 준 ‘기구한’ 운명의 건물과 이케아 매장은 구름다리로 연결돼 있다.<사진=홍익표의원실>

경기도 광명시에 국내 1호점을 여는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에 각종 편법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케아 광명점은 12월 개장을 목표로 현재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글로벌 가구 대기업 입점 소식에 지역 가구업계는 동요했지만, ‘상생방안’을 찾아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본지 이케아 입점 반대 “NO”, 공생하자 기사 참조).
 
13일 새정치민주연합 홍익표 의원이 광명시로부터 받은 자료를 공개한 바에 따르면, 이케아가 국내 진출을 선언할 당시 알려진 내용과는 달리 이케아와 롯데쇼핑이 손잡고 일종의 ‘종합쇼핑타운’을 조성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케아는 가구전문점으로 인정받아 의무휴업 등 각종 제재를 면제받았는데, 이 과정에 롯데쇼핑도 무임승차를 했거나, 이케아가 불법운행을 한 셈이 됐다는 것이다.

이케아는 지난해 1월 대지면적 7만8450.2m² 규모의 건물 2개 동에 대해 건축허가를 신청하고 8월에 승인절차를 완료했다. 문제는 같은 해 12월 이 중 한 개 건물을 롯데쇼핑에 임차로 내줬다는 점에서 시작된다. 홍익표 의원은 “구름다리로 연결된 이케아와 롯데아울렛이 개장하면, 지역 상권 붕괴는 시간 문제”라며 가구전문업체인 이케아 명의로 허가받은 건축물에 롯데 아울렛이 함께 들어서는 것은 이케아의 꼼수가 작용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가구전문점이 거대 쇼핑타운으로 탈바꿈한 가운데, 지역 중소상인들은 한 마리도 벅찬 거대 공룡 두 마리를 동시에 상대해야 할 지경이 됐다.

이케아는 자신들이 제출한 지역협력계획서에 담긴 상생방안마저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홍 의원은 지적했다. 광명시에 제출한 지역협력계획서에서 매장 내에 소상공인들을 위한 전시 공간을 제공하고 지역주민 300명을 우선 채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개장 두 달여를 앞둔 현재 지역 소상공인들은 “속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광명시가구협회 측에 의하면 매장 내 공동 전시공간은 접근성이 낮은 주차장 출입구에 위치했고, 이케아가 약속한 300명 채용도 근로시간을 고려하면 파트타임에 가깝다. “이케아 상생협력안은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면피용에 불과했다"고 홍 의원은 평가절하했다.

이케아의 얼굴 바꾸기와 함께 롯데쇼핑의 ‘세테크’에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이케아 광명점이 자리잡은 광명시 일직동 500번지에 대한 등기사항전부증명서를 살펴보면, 이케아는 건축허가를 취득하고 5개월이 지난 2013년 12월2일 돌연 매매가 약 880억원으로 토지 지분 35.7%(전체 7만8450.2m² 중 만28000m² 상당)를 국민은행에 팔았다. 하루만인 3일 국민은행은 이 부지를 롯데쇼핑과 20년 장기임차 계약을 맺었다. 이케아 손을 떠난 약 880억원짜리 부지가 국민은행을 거쳐 하루 만에 롯데의 품에 안긴 것이다. 롯데는 건물을 매입하지 않고 장기임대함으로써 130억원(추정치)에 달하는 취득세, 등록세를 아끼게 됐다고 홍 의원은 전했다. 또 국민은행이 롯데와 이케아 사이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도 각종 의혹이 무성한 상태다.

홍의원실 관계자는 “이케아는 해외에 진출하면서 자사 매장 바로 옆에 대형 복합쇼핑몰을 두고 둘을 연결하는 전략을 취한다. 이탈리아, 폴란드 등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처음부터 건물 두 개 중에 하나는 쇼핑몰로 채우려는 계획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에 설득력이 실린다”고 말했다. 세금을 회피하려는 롯데의 꼼수와 가구업체로 승인받았지만 사실상 종합쇼핑몰 조성을 꿈꾼 이케아의 이해관계가 맞물렸다는 의미다.
           
꼼수 논란에 휩싸인 이케아는 결국 국정감사에까지 호출됐다. 13일 산업자원통상부 국감에서 이케아코리아 김한진 전무는 증인자격으로 출석을 요구받았다. 상생 협약 불이행 등에 대해 질의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려는 광명시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광명점이 이케아의 기대대로 국내 시장에 안착한다면, 전국으로 확장은 당연한 수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케아는 광명점에 이어 고양시에 2호점을 내기 위해 부지를 매입한 상태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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