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가 과징금 징수에 미온한 태도를 보여 못 받은 돈이 연간 18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정무위 김기준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받아 16일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8억6000만원이던 불납결손 처리액이 올해 188억원으로 약 22배가 증가했다. 불납결손이란 징수기관이 징수할 금액 중 소멸시효가 끝나거나 채무자의 행방불명, 무재산 등으로 징수가 불가능할 때 공제하는 것을 말한다.

김 의원은 공정위가 과징금 징수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금이라도 더 걷어내기 위해 노력했다면 징수 업무를 국세청에 위탁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공정위는 과징금 징수와 체납처분에 관한 업무를 국세청장에게 위탁할 수 있다. 국세청은 체납자의 금융조회는 물론, 거래채권 압류, 출국금지 요청권, 재산압류 및 수색권 등 보다 강력한 징수수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법에 따라 국세청에 체납과징금 징수 업무를 위탁하기 위한 규정도 별도로 마련해 두고 있다. 규정에 따르면 공정위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납부 최고기한 30일이 초과될 시 지체 없이 국세청장에게 체납처분 업무를 위탁”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공정위가 올해 국세청에 과징금 징수를 요청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공정위는 업체 폐업 등으로 사실상 징수가 불가능해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 결손처분을 실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국세청에 체납과징금 징수위탁을 하지 않는 것은 “자체적으로 체납자에 대해 독촉장 발송, 국토부 및 지자체 등을 통해 재산조회, 현장출장을 통해 납부독촉 및 소유재산 확보, 소유재산에 대해 압류 등 체납처분 등을 실시”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과징금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기업에게 내리는 금전적인 제재수단인 만큼, 체납 과징금 결손처리는 신중해야한다고 김 의원은 말했다.

김 의원은 “공정위가 징수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결손처리 업무 자체가 기업들이 과징금을 회피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며 “공정위는 부처 간 칸막이를 제거하고 체납자의 지불능력을 정확히 판단한 뒤 결손 처리를 해야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