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자의 신용상태 변동시…한도, 금리 등 여신거래조건을 변경할 수 있다’는 여신사의 거래약관이 고쳐질 것으로 보인다. 계약의 위험을 고객에게 전가하거나 급부의 내용을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정하도록 하는 것이 불공정하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노대래)는 23일 여신전문금융사 및 금융투자사의 불공정한 약관의 약관을 시정해 줄 것을 금융위원회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공정위가 약관 시정을 요청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따르도록 돼 있다. 공정위는 이번 건과 관련해 금융당국과 협의를 거쳤으며 금융당국이 필요한 조치를 진행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여신전문금융 및 금융투자 약관 심사 체계도

<자료=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가 밝힌 불공정약관은 여신금융회사 표준 여신거래기본약관 제23조(여신거래조건의 변경)의 ‘금융회사는 채무자의 신용상태 변동시 통지에 의하여 여신한도, 여신만기, 금리 등 여신거래조건을 변경할 수 있습니다’라는 조항이다. 

 

공정위는 이 조항에 대해 “사전에 특정되거나 안내되지 않은 ‘신용상태 변동’이라는 금융기관의 재량적 기준으로 여신거래조건을 변경통지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계약의 위험을 고객에게 전가하거나 급부 내용을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어 불공정하다”고 판단했다. 

 

포괄적 동의에 의한 근저당권설정계약서 조항도 고쳐질 것으로 보인다. 채무자가 변제기일에 변제를 하지 못할 경우 ‘포괄적 사전 동의’를 근거로 담보물 처분의 방법, 시기 등을 금융사가 임의로 결정하도록 정한 조항이다. 

 

공정위는 법정절차(경매)가 아닌 ‘사적 실행’은 채무자에게 경제적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채무자는 구체적인 내용(방법, 시기, 가격 등)을 알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담보에 대한 저당권 수준을 넘어 직접 해당 물건의 지배(관리, 임대 등)를 (금융)회사가 임의로 실행하더라도 이의제기를 하지 못하도록 돼 있어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이라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이외에도 △변제충당 순서를 금융사가 임의로 결정하도록 한 조항 △담보물 가치 감소의 원인 및 정도와 상관없이 금융사 재량적 판단에 따라 추가담보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한 조항 △이자 및 상환금 초회 납입일의 임의 결정 조항 △각종 신고를 서면으로만 제한한 조항 등의 여신사 약관과 △계약해지 관련 내용을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추상적으로 정한 조항 △투자이자율 등을 금융사가 임의로 변경할 수 있도록 한 조항 등 금융투자사(증권사 등) 약관도 시정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