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기’ 왜 못 꺾나? 의심사례 5조…점검때만 잠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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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꺾기’ 왜 못 꺾나? 의심사례 5조…점검때만 잠잠 “대출 1개월 후 가입해 달라”…대출받은 사업자 30% 피해호소

기사입력2014-10-17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금융권의 꺾기 관행이 아직도 만연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진은 16일 열린 금융감독원 국정감사 모습 ©중기이코노미

현재 법으로 금지된 금융권의 ‘꺾기’ 의심사례가 5조원에 달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운룡 의원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구속성 상품 판매 의심사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한 해 동안 은행에서 대출받은 기업이 대출 2개월 이내에 금융상품에 가입한 사례는 5만4585건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번 조사결과는 기업의 재예치 예금, 대출금 상환을 위해서 순수하게 금융상품에 가입한 경우 등 구속성 예금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도 포함돼 있으나, 금감원이 건별 검사를 하지 않는 이상 현재 시스템으로는 꺾기 여부 판명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꺾기가 의심돼 조사해봐야 할 거래 대상이 이렇게 많다는 점에서 금융당국 감독에 허점이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이운룡 의원 ©중기이코노미

현재는 은행업 감독규정에 따라 꺾기 관행을 방지하기 위해 여신실행일 1개월 이내에 여신금액의 1%를 초과하는 금융상품의 판매가 금지돼 있다. 그러나 1개월 초과 2개월 이하 금융상품 거래규모가 전체 여신거래액의 49.1%에 해당하는 5조1110억원에 달해, 꺾기 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금감원에서도 이 문제를 인식해 지난해부터 불건전 영업행위에 대한 상시감시시스템을 구축했고, 올 10월부터는 대출일로부터 2개월 이내와 3개월 이내에 금융상품에 가입한 경우에 대해서도 신고를 하도록 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사업체를 운영하며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경우 경험한 불합리 관행에서도 꺾기 관행이 첫 손에 꼽혔다.

금융위원회가 갤럽에 의뢰해 조사한 ‘금융관행 개선을 위한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사업체 운영으로 대출을 받은 400명의 조사대상자 중 가장 많은 30%가 ‘부담스러운 상품 가입권유’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주요 설문 응답 내용을 보면 “대출조건으로 예·적금을 강요한다”, “보험 가입조건으로 금리 인하 제시”, “대출을 다른 상품 판매수단으로 여긴다” 등 구속성 예금 판매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출 1개월 후 가입해 달라”, “대출금액 1% 정도로 보험 가입 요구” 등 편법적인 꺾기도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업체 운영관련 대출 시 경험한 불합리관행 조사

<자료=이운룡 의원실>

꺾기 관행에 대한 금감원 민원 접수현황을 보면 최근 5년간 167건, 연간 약 33건에 불과하다. 이 의원은 이에 대해 “대출받는 중소기업이 을의 위치에서 갑인 은행의 불합리한 행위를 신고조차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이 현장에 나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꺾기 관행이 보다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5년간 구속성 예금 적발건수는 2936건, 금액은 총 907억원에 달했다. 특히 금감원이 집중적으로 점검하던 2011~2012년에는 큰 폭으로 증가한 반면, 그렇지 않았던 해는 상대적으로 적발건수가 적었다.

최근 5년간 구속성 예금 적발 현황

<자료=이운룡 의원실>

이운룡 의원은 “해외 주요국가들은 특정 법률이 아닌 독점규제 관련 법률에서 불공정거래행위로 규율하고 있는데, 현재 우리 규제대상 확대정책은 풍선효과만 양산할 뿐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자율은 주되, 법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강력히 규제하고, 은행 내부에서부터 꺾기 관행을 없애기 위한 성과평가 체계 개선, 조직문화 조성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