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밀레니엄이 시작된 이후 세계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나라는 두말 할 것도 없이 중국일 것이다. 마치 거대한 사화산으로 존재하던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70년대말 활화산이 되어 그동안 밀봉되어 있던 마그마가 서서히 발포하기 시작하여 최근에는 폭발이 일어나고 있지 않나 싶다. 거대한 땅은 러시아나 미국 인도도 있다. 그러나 통계지수로 본 14억에 가까운 인구는 재앙으로 표현되기도 하지만 중국의 역동성에 대한 상징이기도 하다.

미술 인구도 만만치 않다. 중국 전역에서 활동하고 있고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미술관련 인구만 해도 우리나라 인구만큼은 될 것이다. 동서고금의 문화예술은 경제가 활성화된 이후에 더욱 발전을 해 온 만큼 최근 급속도로 경제성장을 하고 있는 중국도 문화예술의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중국은 미국과 더불어 두 개의 초강대국으로 공존하기 위해 종합국력을 키우고 있다. 종합국력은 정치 군사 경제 문화의 네 가지 요소로 구성되는데, 그 중 시간이 가장 많이 소요되고 상대적으로 중국에서 발전이 덜 되어 있는 요소가 문화다.

청소년기에 문화대혁명 겪은 4대 천왕

중국은 문화대혁명 10여년 간의 문화 말살 정책으로 인해 전통 문화는 단절되었다. 어찌 보면 중국은 문화적인 측면에선 제로에서 다시 시작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때문에 전통의 바탕 위에 새로운 문화예술을 잘 조성해가고 있는 한국이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중국은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나라이다. 그래서 세계에서 집중하고 투자도 아낌없이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중국의 미술계에 세계가 주목하기 시작했고 경제가치가 높아진 4대 천왕이 나타났듯이 지속적으로 관심과 투자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4대 천왕이라 일컫는 왕광이·장샤오강·위에민쥔·팡리쥔은 1950년대 후반에서 1960년대 초반에 태어난 사람들이다. 그들은 청소년기에 문화대혁명을 몸소 겪었고, 개혁개방의 전환기 과정도 생생하게 체험한 이들이다. 따라서 그들은 사회의 모순에 대해 심도있게 고민하고 투철하게 저항하기도 하면서 작업한 작가들이다.

그러한 작가군을 세계가 주목했고, 투자의 대상이 되어 하루아침에 스타 반열에 오르고 작품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이 매겨졌다. 그들을 따르는 아류 작가들이 무수히 많이 탄생되었고 갑작스런 대규모 경제적 평가에 한동안 중국 대다수의 화가들은 중심을 잃은 듯 했다. 그러면서 서서히 정리되고 안정되어 자기만의 색깔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할 수 있다. 4대 천왕 이외에도 쩡판즈 등 그들의 작품가는 여전히 새롭게 갱신되고 있고 그 가치가 날로 높아가고 있어 일반인들은 작품 구경을 하기도 어려워졌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공존 속 새로운 자아 찾는 젊은 세대 화가 등장

그렇지만 세상은 변화해 가고 변화를 요구한다. 사람들은 그들을 잇는 새로운 스타를 갈망한다. 중국에서 현재 새로운 스타 화가로 부상하고 있는 젊은 세대 화가들이 있다. 이들은 대부분 1970년대와 1980년대생이다. 작품가로 본다면 기존 작가들이 100억원대라면 이들의 작품가는 그들의 10분의 1 정도이다. 게다가 사회의 큰 변화 틀에서 헤쳐 나온 그들과는 자라온 사회적 배경이 판이하게 다르다.

기존의 화가들이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충돌과 공존을 고민했다면, 새로운 세대 화가들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공존상태에서 새로운 자아를 고민한다고 볼 수 있다. 기존 작가들의 화폭에 사회주의의 바탕색이 완연하다면, 이들 새로운 세대에게는 사회의 발전과정에서 오는 사회와 자아간의 마찰 또는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다각도로 자아를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기존의 화가들이 한 시대의 작가군을 형성했다면, 새로운 세대는 각각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만큼 내면의식이 다양화되어 가고 있음을 의미하겠다.

신세대 스타 화가 지아아이리, 리우 지우 통

현재 중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신세대 스타 화가는 지아아이리(贾蔼力,1979년생)이다. 그의 대표작으로 <무기력한 건 단지 너만이 아니다(苍白的不只是你)>가 있다. 랴오닝성이 고향인 그는 노신미술대학 유화과 출신이다. 그의 그림 배경은 동북 지역의 폐허가 된 중공업 지역으로 비극적 색채는 그림 제목과 호응한다. 중국의 고속발전으로 인한 폐해가 자연파괴로 이어지고 이는 인간의 생명과 존엄을 옥죄는 절망을 암시하기도 한다.

그의 작품은 색채나 붓터치 면에서 쩡판즈의 일부 작품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그는 주로 대형화폭에 자신의 사회인식을 발산하며, 출품은 많이 하지 않으나 출품과 즉시 경매되고 있다고 한다. 작품가는 한화 5억원에서 10억원 정도이다. 지아아이리를 제외한 몇몇 신세대 작가들은 경매가로 본다면 서로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또다른 신세대 작가인 리우지우통(刘玖通,1977년생)은 섬서성 출신에 서안미술대학을 졸업했다. 대부분 직업 화가들이 베이징에서 활동하는 반면 그는 상해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특히 대만에서 인기가 많다. 리우지우통은 주로 추상회화를 하는데 모티브는 산수화다. 중국의 전통산수를 추상화시켜 작업함으로써 국제사회에 중국의 미를 전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짜오우지(赵无极,1921-2013)는 재불 화교 화가로써 현재까지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는 추상화가인데, 그의 뒤를 잇고 있다는 후문이다.

중국 현대미술의 미래, 빠링호우 세대 작가들

다음으로 빠링호우(80后)세대 작가이다. 빠링호우란 1980년 이후 출생한 중국의 외동아들, 딸들을 지칭하는 말로 소황제라 불리며 부러울 것 없이 자란 세대를 말한다.

천진미술대학을 졸업한 조우쏭(周松,1982년생)은 베이징의 사설 미술관으로 최고의 권위를 차지하고 있는 금일미술관(今日美术馆)의 전속작가이기도 하다. 초현실표현주의의 대표 화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화면의 구도와 모티브는 전통회화 중 매화 등 꽃과 나비를 차용하여 그 속에 주로 생선의 내장을 생생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아름다움과 잔인성이 상호교차하고, 상호충돌하며, 모순적 현실과 분노, 갈망과 낙담이 교차하는 시각적 충격효과를 중시하는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또 한 명의 빠링호우 세대 작가로 천폐이(陈飞, 1983년생)를 들 수 있는데 산서성 출신으로 북경영화대학 미술과를 졸업한 인물이다. 그의 대표작 중 <동지들에게 보내 기념으로 삼게 하다(送同志们留念)>에 그려진 300여 명에 가까운 인물들은 영화 속에서 악역으로 등장했던 사람들이다. 작가는 그림 그리는 것이 시간을 보내기에 좋은 방법이고, 자기 자신과 대항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고 한다.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거침없이 표현한다지만 그의 세밀한 그림이야말로 자신과의 싸움에서 자신을 극복해가는 구도의 시간이기도 할 것만 같다. 젊은이의 패기와 활기가 느껴진다. 이들의 작품가는 한화로 1억원대이다.

중국의 미술시장은 현대미술 중 유화에만 집중되지 않고 다양하다. 오랜 역사와 넓은 지역으로 인해 고미술품 시장의 규모는 오히려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최근에는 정책적으로 전통미술을 장려하는 분위기에서 조성된 수묵화 열풍이 일고 있다. 미술품은 부동산 다음으로 투자의 열풍이 부는 종목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인들은 전통문화를 잃은 만큼 복구하고자 하는 욕망이 크고, 교양이 있고 문화수준이 높은 척도를 예술에 두는 만큼 소장하고자 하는 욕구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신세대 작가들이 어떻게 발전해 나아가는지 지켜보는 것도 중국을 읽는 한 단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글=이희순 미술사학 박사, sotong1111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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