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조건부 신제품개발사업에 참여, 수십억원의 제품구매를 약속한 관세청이 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20억원 이상을 투자한 중소기업이 경영위기에 처했다는 주장이 국정감사에서 나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류성걸 의원에 따르면 서울본부세관은 2011년 ‘실시간 원격감시·물품검사’ 시스템을 개발키로 하고, 중소기업청의 구매조건부 신제품개발사업 수요처로 등록했다. 당시 과제제안서를 보면 5년 장기 사용시 절감액 50억원, 검사대상의 건수에 의한 절감액 113억원, 시스템 수출에 의한 외화획득 20억원 등 시스템 개발로 인한 비용절감이 약 200억원에 달한 것이라는 게 서울본부세관의 판단이었다.

때문에 국비 5억원과 중소기업이 투자한 20억원 등 총 25억원을 들여 2012년 5월 시스템 개발이 완료됐지만, 서울세관은 3억8000여만원을 구매하는데 그쳤다. 이에 대해 김낙회 관세청장은 “면세점을 통해 해당 제품을 점차 확대해 나갈 예정”이며 “나머지 다른 부분에 대해 확대하는 것은 개발된 제품의 효용성을 파악해서 할 부분”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류 의원은 “향후 6년간 총 250개 제품에 대한 75억원의 구매계획이 제안서에 명시돼 있다”며 “이걸 믿고 중기청, 국가가 공식 공고하고 중소기업이 응모해서 제품을 개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매조건부 신제품개발사업은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이 구매를 약속하고 개발을 제안한 과제를 중소기업이 수행토록 해 해당 기업의 판로개척을 지원하고자 하는 취지가 담겼다. 서울본부세관이 밝혔듯,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원가절감과 수입대체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 중소기업은 구매를 전제로 정부지원을 받아 기술개발을 할 수 있다. 기술력이 있지만 판로를 찾지 못한 중소기업이 이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 구매조건부 신제품개발사업은 지난 2002년부터 2011년 사이 총 1035개 과제가 성공했고, 이로 인한 구매발생액은 2조5649억원에 이른다. 이밖에 수입대체 5400억원, 원가절감 1904억원 등 총 3조2954억원의 성과가 발생했다.

중소기업의 기술력 확보와 판로를 제공하기 위해 실시하고 있는 구매조건부 신제품 개발사업이 정부기관에 의해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첫 납품이 완료된 시점부터 3년 이상 수의계약에 의해 개발된 제품을 구매한다’는 계약서 규정마저 공공기관이 위반한다면 무엇을 믿고 중소기업이 제안된 과제의 기술을 개발할지 의문이다. 계약을 믿고 개발에 참여한 중소기업이 더 이상 피해를 입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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