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가 민주당 의원들에게 삼성노조 와해 문건 증인채택과 관련한 설명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삼성에버랜드가 회사기밀 유출로 노조 간부를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사측이 제시한 해고 사유가 징계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23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이승한)는 삼성에버랜드 직원 조모(42)씨와 삼성노동조합이 “해고 처분은 부당하다”며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구제재심판정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특히 삼성그룹이 2012년 1월 작성한 ‘2012년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근거로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삼성그룹이 작성한 ‘2012년 S그룹 노사전략’에 의하면 삼성에버랜드는 삼성 노조를 소멸시키기 위해 조씨를 해고한 것으로 보인다”며 조씨에 대한 해고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삼성에버랜드가 조씨에 대한 징계사유로 삼았던 ▲회사 임직원 정보와 에버랜드 매입·매출 정보를 외부에 전송한 행위 ▲조씨가 차량번호판 부정사용 등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사실 ▲무단결근 및 근무지 무단이탈 등 대부분 사실에 대해서 징계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반면 조씨가 사내 통신망을 업무와 관계없는 용도로 이용하거나, 상급자에게 인격 모독적인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등은 징계사유에 해당된다고 봤다. 다만 “비위사실에 비해 해고처분은 지나치게 무겁다”고 판단했다.

이어 ‘2012년 S그룹 노사전략’ 문건에 대해서는 “삼성그룹이 처음에는 문건 작성 사실을 시인한 점, 삼성그룹 내부 고위 관계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자료가 포함된 점, ‘삼성 노조’ 설립의 진행 과정 등이 문건 내용과 일치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이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이 문건은 삼성그룹에 의해 작성된 사실이 추인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조씨는 1996년 삼성에버랜드에 입사해 리조트 사업부에 근무하던 중 2011년 7월 무단 결근 및 이탈, 임직원 4335명에 대한 개인신상정보를 유출, 직장상사에게 폭언을 했다는 등의 이유로 해고됐다.

사측은 조씨가 에버랜드 매출·매입 내역이 기재된 파일을 권한 없이 다운로드 받은 뒤 외부 이메일 계정으로 전송하고, 인사발령에 불만을 품고 부적절한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는 등 직원의 품위를 손상하고 회사의 명예를 떨어뜨렸다는 징계사유를 들었다.

이후 사측은 당시 삼성노조 부위원장이었던 조씨를 경영기밀 유출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고 검찰은 개인정보를 빼낸 혐의에 대해서는 불기소처분을, 매입·매출자료를 빼낸 혐의에 대해서는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청구했다.

조씨는 이에 불복하고 정식재판을 거쳐 1심에서 무죄판결를 받은 뒤 해고처분은 노조에 대한 탄압이라며 중앙노동위원회에 해고처분 취소 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를 제기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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